국무조정실 규제개혁기획단이 TV 가상·간접광고의 허용을 검토키로 함에 따라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가상(假像)광고는 스포츠 중계 등에서 가상화면을 덧씌워 내보내는 새로운 방식의 광고다. 이 첨단기법은 지난 설날 한국-쿠웨이트 축구경기에서 운동장에 그려졌던 양국기나 ‘독일 월드컵 성원’을 내건 카드섹션 등을 통해서도 소개되었다. 간접광고는 드라마 등에서 등장인물이 특정회사 제품을 드러내 놓고 사용하는 방식의 광고다.
가상광고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시험적으로 도입됐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철회된 바 있다. 소비자단체와 스포츠단체 등은 가상·간접광고의 허용이 공공재인 방송에 대한 시청자 주권을 무시하고, 광고주의 이해만 반영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금도 지상파 TV에는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어 시청자를 짜증나게 하는 판에 지극히 타당한 반대다.
방송법은 ‘방송광고와 방송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상광고는 방송시청의 흐름도 끊어 놓고, 실제와 가상을 구분할 수 없게 하여 시청자를 혼란스럽고 피곤하게 만든다. 또한 가상·간접광고는 프로그램의 질을 저하시키고 상업성을 부추긴다. 간접광고가 넘쳐나자 지난해 방송위원회가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한쪽에서는 간접광고 규제를 강화하고, 다른 쪽에서는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등 정책상 손발이 맞지 않는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방송광고 총량제 도입과 방송광고 사전심의제 보완’을 추진하려다가, 강한 반대여론을 맞아 물러선 것이 불과 한달 전이다. 방송의 공익성·공영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정부는 방송사와 광고주의 주장보다는 시청자의 주권과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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