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전통과 관습을 자랑스러워 한다. 물론 현대에는 전통을 현대와 결합한 모던한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이번 설은 한국에서 바뀌고 있는 뭔가를 생각케 했다. 한국인들도 현대적인 편안한 삶을 원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자칫 모던하지만 추한 도시에서 사는 것이 될 수 있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 아름다운 한옥을 보게 된다. 이런 집들은 두꺼운 진흙 층으로 받쳐진 초가지붕으로 인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무엇보다 한옥은 포근함 같은 것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왜 대다수 한국인들이 이런 좋은 집을 포기하고, 나아가 이런 디자인을 더 이상 채택하지 않는 걸까. 그 대신 우리가 보는 것은 과거 한국인의 삶과는 전혀 무관한 고층 빌딩 뿐이다.
한국에서는 어딜 가든 아파트 뿐이다. 친구 집을 찾으려면 아파트 이름을 기억해야 하고 아파트에 쓰여진 숫자를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많은 아파트들은 분명 부실하게 지어진다.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벽에 금들이 가 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부숴지고 더 새로운 괴이한 건물로 대체된다.
한국인이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고 그걸 진보라고 여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특이하다. 허허벌판 한가운데도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한국인은 그걸 빌리지(마을)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만 있는 유일한 현상이라고 확신한다. 세계 어디에도 고층아파트 건물들로 이루어진 마을은 본 적이 없다. 세계인들은 일본처럼 가능하면 조그만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에 사는 것을 좋아한다. 작은 땅에 인구가 많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네덜란드인은 큰 도시에 살더라도 조그만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한다. 아파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에 살면 부자고, 일반 주택에 사는 이들은 가난하다고 여기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도시에 조화가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땅 주인은 건축법에 벗어나지 않는 한 자신이 편한 대로 건물을 짓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인사동의 한옥 대부분이 사라졌다. 한옥이 사라진 인사동은 더 이상 관광지가 아니다. 네덜란드엔 ‘아름다움 위원회’가 있어서 어느 지역에 어떤 건물이 어울리는지를 결정한다. 신축건물은 원래 있던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지어진다. 그렇게 아름다운 지역과 건물들이 보존되는 것이다.
헨니 사브나이에 네덜란드인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