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분위기가 이어지던 11일 재정경제부는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총세입·세출부 마감행사를 가졌다. 총세입·세출부는 정부의 연간 세입과 세출내역을 기록한 장부다. 이를 마감함으로써 한해동안 정부가 거두어들이고, 쓰고, 남은 돈의 액수가 구체적으로 확정된다.
이 장부를 살펴보면 지난해 세금이 세입예산보다 4조3,000억원이나 덜 걷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가 2조6,000억원(-7.1%) 덜 걷히는 등 내수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불황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지극8히 당연하고, 예산과 실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사실 드물다.
하지만 재경부가 "올 세수부족액은 기껏해야 1조원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게 바로 지난 가을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오차가 적지않다는 사실만큼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1조원이 4조여원으로 4배 이상 불어난 것은 아무리 관대하게 보아주려 해도 너무 심하다.
문제는 올 예산도 너무 낙관적으로 짜여진 게 아니냐는 점이다. 재경부는 올 실질성장률이 5%에 달할 것이라는 전제로 세입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바로 지난 주까지도 국제통화기금(IMF)과 무디스는 한국의 성장률을 4%로 예상했으며, 주요 민간연구소들은 3%대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가계에 적자를 낼 뻔했던 가장이 또 다시 가족들에게 막연하게 큰 소리를 치고 있는 셈이다. 경제살리기에 나선 정부로서는 세출에 맞추어 세입 전망도 최대한으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이 실제 능력 이상으로 호언을 계속한다면, 그 가정은 조만간 신용불량의 멍에를 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정영오 경제과학부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