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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골’ 박주영 귀국/ "성인 대표팀서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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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골’ 박주영 귀국/ "성인 대표팀서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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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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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만에 너무 대접이 달라져 당황스럽고 부담스럽네요."

‘애니골’ 박주영(20·고려대)이 영웅이 되어 돌아왔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20세 이하)이 11일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지난달 11일 출국, 카타르 8개국 초청 청소년축구대회에서 우승하고 시리아 및 스페인 전지훈련을 거쳐 꼭 한달 만에 고국 땅을 다시 밟은 것. 인천공항에는 박주영의 인기를 반영하듯 조중연 부회장을 비롯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팬클럽 회원 등 300여명의 환영객이 몰려들었다.

박주영은 도착직후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팀으로 발탁해 주시면 가서 열심히 하겠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대표팀에) 욕심내지 않고 6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한달 사이 박주영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루 아침에 유명해졌다"는 말처럼 한달 만에 천재이자 득점기계, 나아가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쓸 축구영웅으로 떠오른 것이다.

2,3명을 가볍게 제치는 화려한 드리블, 가볍게 툭 차는 것 같으면서도 볼 끝이 살아있는 슈팅, 어떤 위치에서든 발로 머리로 귀신처럼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이전의 축구 스타들과는 차원이 달라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재에 시달리는 한국 축구에 ‘박주영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청소년 대회 뿐 아니라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청소년팀과의 친선경기에서도 득점포를 가동,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쯤 되면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박주영은 달랐다. "욕심내지 않고 편안하게 경기를 하니까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오더라"고 겸손해 한다.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만들어낸 골들"이라며 동료들과 공을 나눈다. 공격수로는 어느 포지션도 잘 맞지만 지금의 새도(처진) 스트라이커가 매력도 있고 재미도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단점을 물었다. "사실 지고 있을 때 침착성을 잃어 경기 템포 조절을 잘 못해요. 하지만 몸싸움에서는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박성화 감독은 "기능면에서는 대표팀 선수로 손색 없다. 다만 체력과 패싱 능력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드름이 가득한 얼굴로 차분히 답변하던 박주영에게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자 "당장은 도망가서 푹 자고 싶어요. 잠수탄다는 말도 있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원래 그렇게 무뚝뚝하냐"는 질문에도 "그래요. 저는 잘 웃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잘 안받아요"하고 무뚝뚝하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팬들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답글을 하다 보니까 (답글이)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많아져 요즘은 하지 않아요"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반짝 스타들도 많다"고 찔러봤다. 그러자 "운동을 더 할 수 있게 저를 가만히 내버려두면 됩니다"고 오히려 맞받아치는 당돌함도 보인다. 박주영은 "운동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면 지금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주영의 꿈은 유럽 빅리그 진출.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게 꿈이다.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의 드리블과 티에리 앙리(아스날)의 골결정력을 닮고 싶단다. "지단은 정말 쉽게 패스하고 힘 안들이고 골을 넣으며 경기를 즐깁니다. 축구는 재미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박주영은 "유럽리그 진출을 위해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조금씩 체중을 불려나가고 있다"며 "열심히 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에 대표팀에 합류해 2006독일월드컵무대에 서고 싶다는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샛길로 안 새고 운동의 길을 꾸준히 간다면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이 성원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모습이 듬직해 보였다.

영종도=박진용기자 hub@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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