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부른다는 노래 ‘학교종’의 작사 작곡가 김메리 할머니가 9일 밤 11시45분(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별세했다. 향년 101세. 딸 조귀인씨는 "어머니가 주무시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셨다"고 전했다. 고인은 15년 전 중풍으로 걷지 못하게 되자 대외활동을 중단했고 회고록 ‘학교종이 땡땡땡’ 집필을 시작했다. 이후 1996년 회고록을 출간, 귀국해서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190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전을 나온 고인은 "도둑질만 빼고 무엇이든 다 배우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영문학 음악 미생물학 화학을 두루 공부한 뒤 1930년 미국 미시간대에 전액 장학금으로 유학을 가 음악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미시간주에서 사업을 하던 조오흥씨와 36년 서울에서 결혼했으나 남편이 39년 친미파라는 이유로 강제추방되자 이화여전 음악과장으로 재직하며 혼자 살다 47년 도미했다.
‘학교종’ 노래는 45년 광복 직후 초등학교 1학년 음악 교과서 제작에 참여하면서 만들게 됐다. 고인은 생전에 "전차 속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입학식날 첫 등교하는 정경을 떠올리면서 작사 작곡을 했다"고 밝혔다.
77년에는 73세의 고령에도 평화봉사단에 자원, 3년 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 그 곳을 방문한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여기서 뭐하느냐"고 묻자 "당신 어머니처럼 살고 있다"고 응수하는 등 농담을 주고받아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고인은 미시간주와 뉴욕주 4곳에 한인교회를 설립하는 등 미국 내 한인들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런 공로로 80년 이화여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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