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일 경기 김포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재중동포 불법체류자 정모(37)씨가 살인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평소 불법체류 상태인 자신을 무시한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직장 상사를 둔기로 때린 뒤 목졸라 살해한 혐의였다.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한 외국인 피의자는 모두 9,103명으로 2003년 6,144건에 비해 48.2%나 증가했다. 1999년 3,012명이었던 외국인 범죄자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 5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이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상대적으로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불법체류자가 많아진 것이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불법체류자는 정부의 합법화 조치로 2003년 말 13만8,000여명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말 다시 18만8,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사기ㆍ문서위조 등 지능범죄 피의자가 2003년 834명에서 1,965명으로 2.35배나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중부경찰서는 국내에 카드인쇄기와 스캐너, 홀로그램 접착제 등 각종 위조 장비를 갖춰 놓고 불법체류자 100여명에게 신분증을 위조해 준 재중동포 3명을 구속했다. 중국에서 위조 신분증을 들여오던 기존 수법에 비해 한층 대담해진 범행이다.
2003년 32명이던 살인 피의자가 지난해 60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강력범죄도 늘고 있다. 외국인 공동체가 커지면서 외국인 간의 범죄나 조직적인 범행이 빈번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9월 경기 포천에서는 친구가 폭행당한 것을 복수한다며 노상에서 자국인 노동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인도인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또 경기 평택경찰서는 지난해 10월18일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업주들을 협박해 외국인 노동자의 체불임금을 받아 가로챈 옛 소련연방 출신 외국인 15명을 검거해 12명을 구속했다.
급증하는 외국인 범죄에 반해 외사 인력충원은 수년째 소폭에 그쳐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 외사관리관실을 가칭 국제국으로 격상시키는 등 외사 분야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미군과 미군 가족, 군속 등이 연루된 미군 범죄 피의자는 모두 116명으로 2003년의 181명에 비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미감정과 테러 위협이 고조되자 주한미군이 자체 경계태세와 방범교육을 강화한 데다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함께 주한미군이 대대적인 자체 단속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진성훈기자 blueji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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