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자당 일부 의원들을 신랄하게 질타했다. 3일 열린 연찬회에서 과거사 적극 대응을 요구하며 박근혜 대표를 비판했던 일부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요지는 이렇다. "한나라당이 탄핵 역풍 속에 박 대표의 치마폭을 붙잡고 ‘살려달라’며 애걸, 121석을 얻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여권이 거센 과거사 폭풍을 몰고 오니 의원들은 제몸 피할 생각만 한다." 그는 "이제 박 대표에게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고 심청이처럼 뛰어내려 달라는 것이냐"며 "그렇게 되면 국민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뺑덕어미 보듯 할 것"이라 했다.
연찬회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는 "친 박(朴) 친위대가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 친 박 의원으로 분류되는 전 대변인의 주장도 이런 기류의 일단으로 보인다.
비판과 반박이야 정치권 내에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말의 내용과 논리가 상식에 입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 대변인의 감성적 논리 전개는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비판을 ‘보은은 못할 망정 배신하는 배은망덕’으로 결론짓고 있다. 심한 비약이다.
한나라당엔 ‘공동묘지의 평화’로 비유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회창 전 총재 시절이었다. 공천권 등 모든 것을 틀어쥔 총재 앞에서 합리적 비판은 자리할 수 없었다. 죽은 야당은 대선에서 패했다. 야당은 갈등 구조 속에 성장한다. 정정당당하면서 치열한 내부 논쟁 속으로 국민을 흡입해야 한다.
과거사에 대한 당당한 대응 요구에 "누구 덕에 당선됐는데…" 식의 입막음은 치졸하기조차 하다. 그것은 박 대표가 혐오하는 구태, 계보정치의 논리와도 닿아 있다.
이동훈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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