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와 잡다한 공과금을 창구에서 현금으로 받아주던 동네은행이 다음 달부터는 더 이상 공과금 등을 창구에서는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하며 씁쓸해 했더니 자기들도 그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은행마다 설치돼 있는 공과금 자동 수납기계가 익숙치 않아서 매번 직원들에게 어렵게 부탁을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과금을 자동이체로 해놓으면 돈이 빠져 나가는 것을 실감할 수가 없어서 예산을 세우기도 힘들고 뭔가 불안하다고도 했다.
그 뿐이 아니다. 전화를 하면 자동응답기가 받는 곳이 점점 많아진다. 좀더 자세히 물어볼 사이도 없이 이 번호, 저 번호 누르다 보면 짜증이 나 채 용무도 보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리기 일쑤다. 이렇듯 은행이나 회사, 관공서들이 고객의 편의보다는 업무상 편의나 효율성 쪽만 중시하는 경향이다. 그러니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에서 오가는 풋풋한 정이 아련하고 그리워진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얼마 전 디지털 카메라를 한 대 샀는데 아무리 설명서를 읽어도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용어도 생소하고 버튼도 많아 결국 사용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몇 해전 부모님이 새로 산 가전제품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시던 생각이 난다. 요즘 가전제품의 복합기능은 말할 것도 없고 리모콘조차 작동할 줄을 모르는 분들이니 복잡한 신제품을 앞에 놓고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게다가 눈까지 침침해 설명서의 작은 글씨를 읽을 수도 없으셨을 것이다.
이래저래 세상이 빠르고 편리한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그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아날로그 세대’는 순간순간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세상은 쉴새 없이 빨리 돌아가고 여러 가지 신기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에 따라 날마다 새로운 용어들도 쏟아져 나온다. 그걸 다 따라잡고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세대에겐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어쩔 수 없이 더듬거리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강신영·서울 송파구 문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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