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이 개혁안으로 내놓은 주 35시간 법정 근무제 개편법안이 9일 프랑스 하원에서 통과됐다.
정부측이 내건 경제회복이라는 명분에 노동계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한 채 패배한 것으로, 약화된 유럽노동계의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새 법안은 이날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하원에서 찬성 370대 반대 180으로 압도적인 표 차로 승인됐다.
내달 초 상원에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법안 통과를 낙관하고 있어 짧은 노동시간과 긴 휴가로 유명한 프랑스의 주 35시간 근로제의 신화가 무너질 전망이다.
하원 사회위원회 위원장인 장 미셸 뒤베르나르 등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의원 4명이 공동 발의한 ‘기업 근로시간 개혁 법안’은 1998년 사회당 정부가 도입한 주 35시간 근무제의 탄력적 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사용자가 노동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연장 근무를 실시할 수 있으며 그 시간은 유럽연합(EU)이 기준으로 정한 주 48시간까지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 동안 주 35시간 근무제가 프랑스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 왔다고 지적해 왔다. 근로시간을 줄여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노동자에게 취업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노동비용을 증가시키고 생산성만 떨어뜨려 10%의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이 아예 까다로운 주 35시간 근무제를 피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측도 더 이상 경쟁력 악화를 방관할 수 만은 없게 됐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근무시간 연장은 보수 없는 노동시간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얼마만큼 상원 인준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지난 5일 하원에 심의중인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4대 노동단체인 노동총연맹(CGT), 노동자의 힘(FO), 프랑스민주동맹(CFDT) 기독교노조동맹(CFTC)이 30만명을 동원해가며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웃나라 독일 노동자들도 근로시간 연장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내 일부 노조에서도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노동시간 연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있어 노동조합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그룹의 경제분석가 도미니크 바벳은 이날 "프랑스 노동자의 8%만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을 뿐"이라며 "노조%B가 강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고성호기자 s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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