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중 단 하루 열린 7일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 삼성전자 주가 등 한국 증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3대 지표가 동시에 신기록을 경신했다. 종합주가지수는 5년만에 최고인 949.19까지 상승했고, 코스닥 지수도 481.40을 기록했는데 코스닥 지수가 48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23일 이후 9개월만에 처음이다. 또 그동안 40만원대에 머물렀던 삼성전자(50만6,000원)도 마침내 50만원대로 올라섰다.
그렇다면 연휴 이후 한국 증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곧 950선을 넘어서고, 2분기 중에는 1,0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주식 시장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올들어 내수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조짐들이 여러 군데서 확인되고 있으며,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에 힘입어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성호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국내적으로는 기업의 이익모멘텀 뿐만 아니라 저금리에 따른 주식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해외 증시의 전반적 상승 추세가 국내 주가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증시의 미래를 낙관하는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금융, 소비재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내수회복으로 경기가 2분기 이후에는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상승한 것이므로, 소위 ‘경기민감주’인 IT와 금융, 소비재업종의 주가가 종합주가지수를 능가하는 수익률을 낼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경기에 비탄력적인 통신서비스, 유틸리티, 비경기소비재 등의 업종보다는 수출 및 IT관련주가 장세를 선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2월 이후 7일까지 2,918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전기·전자주와 금융업종에 대한 순매수 규모가 각각 1,141억원과 916억원에 달한다. 대신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향후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소비재 금융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통신서비스, 유틸리티, 소재 산업 등 불황기 증시를 이끌었던 종목들의 상승 여력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다른 쪽에서는 경기 회복 가능성에 대한 불신과 한국 증시의 과거 추세를 이유로 매수보다는 매도 우위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관계자는 "과거 한국 증시는 지수 1,000선에서 예외 없이 무너져 내렸다"며 "1·4분기 중 950~975선 사이에서 고점을 형성한 뒤 8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회복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 유동원 씨티글로벌마켓(CGM)증권 상무는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정부의 부양 정책에 따른 경기 반등도 아직 확신하기에는 이르다"며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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