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관광불모지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인천은 개화기 유적과 월미관광특구, 차이나타운 등 풍부한 역사문화 유산과 관광자원을 갖춘 곳. 하지만 관광문화 정책 실종, 관광인프라 부족, 지지부진한 월미관광특구 개발 등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볼 것 없다”며 등을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관광마케팅 전략과 관광상품 개발, 관광특구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말뿐인 월미관광특구 개발
인천 관광권의 중심축은 월미도와 차이나타운, 개항 당시 문물 등 근대건축물 거리, 연안부두 등이 위치한 중구 일대다. 외국인 관광객 등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이 지역 91만평은 문화관광부에 의해 2001년6월 ‘월미관광특구’로 지정됐다.
그러나 인천시의 무관심과 정책 부재로 월미관광특구는 지정된 지 4년이 다 되도록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천 관광축이 무너져 인천을 찾는 관광객 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광업계와 이 지역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자 인천시는 마지못해 지난달31일 월미관광특구 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월미관광특구를 월미도권, 개항장권, 연안부두권 3대 권역으로 나눠 특색있는 볼거리, 먹거리 등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 없는 장밋빛 개발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6,000억여원에 달하는 엄청난 사업비. 시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비와 민자로 해결하겠다고 밝혔을뿐 세부 자본 조달 방안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중구측도 현실성 없는 개발안이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구 한 고위 간부는 “그간 중구 등 구도심권 활성화를 위한 예산 책정에 눈도 안돌리던 시가 어떻게 수천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관광특구를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수 없다”고 일침했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 등에 따른 난개발도 우려된다. 문화단체들은 “인천시가 월미도 주변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하거나 고도 제한을 대거 완화할 경우 상업ㆍ위락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무질서하게 들어서 관광특구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 영종도 관광 개발도 겉돌아
인천국제공항 인근 관광지 개발도 표류하고 있다. 시는 공항 개항 직후인 2001년3월말부터 공항 인근 213만평을 사계절관광지로 조성키로 하는 개발계획을 마련했으나, 외자유치 실패와 잘못된 사업자 선정으로 2년만에 전면 철회됐다. 시는 뒤늦게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했지만 엄청나게 뛰어오른 토지보상비 등으로 차질이 우려된다.
민간개발 방식에서 공영개발로 전환된 영종도 민속공예촌(6만9,000평) 사업도 최근 민간개발자가 인천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조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밖에 영종차이나시티 개발도 중복 투자와 사업비 조달 문제 등으로 사업 실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관광인프라 확충 시급
인천시의 관광문화 정책 실종은 송도신도시 등 경제특구 개발에만 행정력을 ‘올인’하는 관광마인드 부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 관광업계는 “관광은 제조업에 비해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관련당국의 홀대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인천을 한번 다녀간 대다수 관광객들은 다시 오기를 꺼려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천시가 200억원을 투자해 인천관광공사 설립을 추진키로 한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공사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취지와는 달리 퇴직공무원 자리 마련용이 아니냐”며 반대하고 있다.
관광전문가들은 “지난해 인천을 방문한 관광객은 470만여명지만 외국 관광객들의 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관광공사를 설립하기보다 관광상품과 이벤트 개발, 관광정보센터 및 숙박시설 신축 등 관광인프라 확충에 역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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