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 계획의 존재 여부를 놓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 지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에서 물러난 미첼 리스 박사와 빌 클린턴 정부에서 1994년 북미 제네바 핵 합의를 이끈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원 학장은 ‘포린어페어즈’ 3·4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미 정부가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 기고문 사본을 입수해 밝혔다.
이들은 "미국은 2002년 중반 북한이 1년에 2기 이상의 핵무기를 만드는 데 충분한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만들기 위한 물질과 장비를 획득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같은 잡지 1·2월 호에 ‘북한이 거짓말을 했는가’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부시 정부는 피상적인 자료에 의존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진실인 것처럼 제시했으며 평양의 우라늄 핵 개발 프로그램의 위험을 심각하게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리스 박사 등은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이 북한에 원심분리기 원형과 청사진을 자신의 핵 암시장을 통해 제공했다고 말한 사실을 지적하고 "독일의 한 업체가 북한을 위해 구입한 고강도 알루미늄관도 원심분리기를 위한 기술적인 필요조건에 맞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리슨 연구원은 그것은 무기를 위한 고농축 우라늄이기보다는 발전소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설전은 마치 미국과 북한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2002년 말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한 이래 미 정부는 북한의 우라늄 핵 개발 프로그램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북한에 이C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해왔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에 증거를 제시하라며 우라늄 핵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이 상황에서 해리슨 연구원이 미국의 주장이 왜곡돼 있다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파장을 몰고 왔다.
양측은 북한 핵 문제 해결 방법을 두고도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리스 박사 등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가 6자 회담 과정의 중심 문제"라고 주장한 반면 해리슨 연구원은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문제가 더 시급하다"며 이에 대한 협상에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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