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소식을 듣고도 학비 걱정에 어머니께 죄송스러웠는데 전액 장학금으로 짐을 덜어드리게 돼서 너무 기뻐요."
2005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대전여고 이지예(19)양은 1일 오후 메일로 송부된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납입할 금액이 ‘0원’으로 표시돼 있는 것이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어머니와 단 둘이 대전에 살고 있는 이양은 ‘인쇄가 잘못됐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 첨부된 파일을 열어보고서야 자신이 인문대 전액장학생으로 뽑힌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대가 개교 이래 수석 합격자들에게만 지급해 온 전액장학금을 입학성적과 관계없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지급하기로 관련규정을 바꿨다.
서울대는 4일 "학생들이 가정형편과 관계없이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그동안 입학성적 최우수자만을 대상으로 했던 전액장학생 선발규정을 변경, 생활빈곤자로 장학금 지급대상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정시모집 합격자만을 대상으로 각 단과대별로 입학성적 최우수자 1명에게만 전액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수시 합격자들의 경우 성적과 관계 없이 가%정 형편에 따라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입학 첫 학기 수업료와 기성회비 전액을 면제받는 전액 장학생은 입학관리본부가 각 단과대학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지역균형선발 합격자와 특기자를 각각 1명씩 추천하면 대학이 심사를 통해 이 가운데 한 명을 전액장학생으로 선발하는 방식으로 선정됐으며, 이후 매 학기 학점이 상위 3%안에 들면 장학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전액 장학금 혜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총 13명의 수시모집 전액 장학생 중 특기자 전형만을 실시한 음대와 미대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10명은 모두 지역균형선발 합격자 중에서 뽑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장학금을 주는 다른 대학으로 옮기는 것은 서울대로서도 막대한 손실"이라며 "서울대에 합격하는 학생들의 성적차는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교육기회의 균등이라는 차원에서 생활빈곤자를 장학생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인문대 전액장학생으로 뽑힌 이양은 "어머니가 신장병을 앓고 계셔 주변에서 서울대 대신 학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교대에 진학하라고 했었는데 전액 장학금을 받게 돼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어머니 고생시켜드리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양의 담임 최명희(33·여) 교사는 "지예가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합격하자마자 등록금 마련한다고 과외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등 걱정이 많았다"며 "4년간 서울에 올라가 생활하려면 돈 들 곳이 많은데 사회적으로 좀 더 많은 지원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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