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긴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 내구재 판매신장과 백화점 매출증가 등 내수경기가 미약하나마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소득·연령대를 망라한 전 계층에서 소비심리가 꿈틀대고 설 현금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경기회생 기대감은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후 경제상황에 대한 종합적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90.3을 기록하며 넉달 만에 오름세로 반전됐다. 기준치인 100에 못 미쳐 아직은 비관적 전망이 낙관적 전망보다 우세한 상황이나, 지수 수준은 작년 5월(94.8)이후 가장 높았다.
닫혔던 지갑은 고소득층과 젊은 층이 가장 먼저 열 것으로 보인다. 월 소득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기대지수는 2개월 연속 상승하며 기준치에 바짝 근접한 99까지 올라섰다. 특히 20대의 경우 기대지수가 103.3까지 오르면서 작년 5월이래 8개월 만에 기준치를 넘어섰다. 20대 젊은 층은 다수가 앞으로 돈을 더 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퇴직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40대(기대지수 86.5)는 경기전망에 대해 가장 신중하고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항목별로도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85.6), 생활형편에 대한 기대지수(93.6),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지수(98.3) 모두 4개월 만에 방향을 위쪽으로 틀었다.
소비심리 호전은 설 연휴를 앞두고 시중 현금수요가 크게 증가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7영업일간) 현금 2조5,000억원이 시중에 순공급(공급액-환수액)돼 지난해 설 연휴전 같은 기간(1조2,000억원)보다 배 이상 급증했다.
화폐공급이 많아졌다는 것은 현금수요가 커졌기 때문이고, 이는 그만큼 소비심리와 내수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금년의 경우 7일(월) 휴무하는 직장이 많아 현금지출을 미리 앞당긴 측면이 있어 설연휴 직전까지 화폐수급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현금수요가 많다는 사실은 최근 경기흐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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