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돕기운동회’ 자원봉사자로 참여 4년 간 러시아 연해주에서 고려인들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김재영(35)·박정인(33)씨 부부가 최근 귀국, ‘연해주 고려인 리포트 - 내 눈물에 당신이 흐릅니다(한얼미디어)’를 펴냈다.
부부의 현장 체험담과 고려인들의 눈물겨운 인생사를 담담하게 기록한 이 책에는 고려인 30명의 사연과 고려인 대부분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을 증명하는 자료 등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김씨는 "영양실조로 팔이 구부러지고, 두 다리로 버티고 설 수도 없는 고려인 3세, 23세 꽃다운 순정을 러시아 청년들에게 빼앗기고 정신이 나가버린 고려인 여성, 홍역과 학질 등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노인과 임산부 등 눈물겨운 사연의 주인공들을 만났다"며 "그들의 현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책을 냈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의 마근담농업학교 교사였던 김씨 부부는 2001년 4월 자원봉사를 연해주로 갔고,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지를 썼다. 이 일지가 바로 이번에 출간한 책이다. 김씨는 "책 표지인물로 선택한 올랴 리(80) 할머니는 연해주에서 태어나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됐다가 다시 연해주로 돌아와 정착한 전형적인 고려인"이라며 "모든 고려인들처럼 할머니 역시 고국 땅 한번 밟아보고 눈을 감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고 전했다.
책의 판매수익금과 인세 전액을 고려인 자립기금으로 기부키로 했다는 부부는 "연해주 고려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법이나 정치, 경제 등 모든 것으로부터 소외돼 있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도 마드라스와 마두라이, 중국 선양(瀋陽)과 창춘(長春) 등지에서도 봉사활동을 부부는 "연해주에서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 역시 고려인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책 홍보행사와 출판기념회에 참가한 뒤 재미동포들에게도 고려인의 실상을 알리고,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설을 쇤 뒤 시애틀, 워싱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할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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