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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영화세상/ 콘스탄틴-천사의 도시에서 지옥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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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영화세상/ 콘스탄틴-천사의 도시에서 지옥문이 열린다

입력
2005.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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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도시’ 로스엔젤레스. 역설적으로 이곳에는 인두겁을 쓴 혼혈 악마들이 어슬렁거린다. 그러나 악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 막고 선악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혼혈 천사들도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은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퇴마사’. 스크린은 그의 화려한 활약상을 담고있다. 그러나 악에 맞선 그의 행동은 하늘의 영광과 인류구원에 대한 신념의 결과물은 아니다. 어렸을 때 자살을 시도한 이유로E 지옥에 가야만 하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그를 퇴마의 화신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의 ‘의로운 행동’들에는 온기가 없다. 알아주는 사람 없는 싸움에 지칠 대로 지친 그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찾아가도 천사 가브리엘이 냉정하게 대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쌍둥이 동생을 의문의 사고로 잃고 찾아온 안젤라(레이첼 와이즈)를 만나면서 그는 대가없는 희생의 의미를 자기도 모르게 깨달아 간다. 그리고 그 희생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사탄의 아들 마몬과 격돌한다.

‘콘스탄틴’은 여러 영화들에 대한 기시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새롭다는 생각을 동시에 갖도록 한다. 콘스탄틴이 주술로 천장에 거꾸로 붙어 있는 소녀에게서 악령을 제거하는 모습은 언뜻 ‘엑소시스트’ 등 전형적인 오컬트(초자연적 사건이나 악마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연상시킨다. 그가 현세와 지옥을 넘나들며 악마들을 격퇴하는 모습은 가상공간과 현실을 오가며 인류를 구원하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네오와 오버랩 되기도 한다.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닌 존재가 도시 뒷편에서 인류의 종말을 호시탐탐 노린다는 설정도 ‘블레이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들 영화 속 주인공과 달리 콘스탄틴은 영웅이나 성자가 아닌 단지 특수한 능력을 지닌채 고뇌하는 인간에 불과하다. 나약해진 마음을 담배와 술로 달래고, 지옥에서 보내야 하는 내세에 대한 근심이 가득한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콘스탄틴’은 할리우드의 최근 조류를 따르듯 만화 ‘헬블레이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공포영화 ‘헬레이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원작 제목은 채택되지 않았다. 현세와 같은 공간에 다른 차원의 지옥이 존재한다는 가정과 이를 특수효과를 통해 구현한 감각적 화면이 눈길을 끈다. 윌 스미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온 프랜시스 로렌스의 감독 데뷔작. 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콘스탄틴…가브리엘… 마몬…/ 이름속 숨은 비밀을 풀어라

악마와 천사의 대립 구도 속에 뛰어든 퇴마사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인 만큼 ‘콘스탄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성서나 기독교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름들이 가진 의미를 되씹으면서 영화를 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콘스탄틴은 기독교를 인정치 않다가 포교를 허락한 로마황제 콘스탄틴에서 착안한 이름. 꿈에서 본 기독교 상징의 도움을 받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개종한 콘스탄틴 황제는 신에게 반감을 갖지만, 절대악과 사투를 거친 끝에 신의 깊은 뜻을 깨닫는 그의 모습과 겹친다.

콘스탄틴에게 냉소적으로 대하는 가브리엘은 성서에서 하나님을 모시는 시종의 이름이다. 구약성서에서는 예언자 다니엘에게 세상의 최후를 전했고, 신약성서에서는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 사실을 알렸던 천사다. 의도치 않게 콘스탄틴에게 신의 가르침을 전한다. 단어 자체로 천사를 뜻판求?안젤라는 콘스탄틴에게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알게 해준다.

라틴어로 샛별을 의미하는 루시퍼는 일반적으로 사탄의 고유명사로 쓰인다. 영화 속에서도 악마의 우두머리로 나타나 냉기를 내뿜는다. 악의 새로운 제왕이 되고자 하는 사탄의 아들 마몬은 부(富)를 뜻하는 이름. 기독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교가 정신을 병들게 하는 악령의 도구로 재물을 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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