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 신왕초등학교 총동문회 최선윤(52) 회장은 3월 입학식을 앞두고 뿌듯하기만 하다. 모교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은 이제 말끔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8명이 입학할 예정이어서 이제 전교생은 26명이나 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19명에 불과했다. 폐교 위기에 처한 이 학교는 동문, 교사, 지역주민이 3위 일체가 되어 수 년간 노력한 끝에 날로 발전하는 학교로 바꿔놓았다.
"저 혼자 한 일도 아니고 선배로서 할 일을 한 것인데 쑥스럽습니F다. 알려지기를 원치 않으니 양해해 주십시오."
2일 극구 인터뷰를 사양하던 최 회장은 "왜 폐교 위기에 몰렸느냐"고 묻자 목소리가 격해졌다. "이해찬 교육부 장관 때 전교생 100명 이하 초등학교는 모두 통폐합시키는 조치가 시행됐습니다. 시골의 웬만한 학교는 이 때 다 없어졌지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었습니다. 신왕초교도 산하 두 분교가 폐교되면서 분교생들이 연곡초교로 빠져나가게 됐지요."
강릉에서 16㎞ 떨어진 신왕초교는 소금강 상류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그림 같은 곳이다. 1998년에만 해도 전교생 80명의 아담한 시골학교였다. 그러나 99년 학교 통폐합 조치 이후 학생수가 급격히 줄었다. 학부모들은 어차피 없어질 학교라며 연곡초교로 주소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1년 만에 학생수는 다시 20명선으로 줄었다.
최 회장은 강릉초당두부 사장으로 이 학교 1회 졸업생. 20년간 동문회장을 맡아 온 터라 도저히 나몰라라 할 수 없었다. 지역 인사들과 함께 강릉교육청에 폐교된 분교 지역 통학구역을 원래대로 신왕초교로 돌려달라는 청원을 끈질기게 냈다. 마침내 지난해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이해찬 장관이 그만두기 직전 통폐합 정책이 없어졌습니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흉물처럼 방치된 폐교가 상당히 많지요. 이제는 한 학부모라도 폐교를 원치 않으면 폐교를 못한다는 게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에 갔을 때 최고의 초등학교라고 소개받은 곳에는 한 학급이 10명 내외였습니다. 교장이 전교생은 물론 학부모 이름까지 달달 외웁디다. 저도 초등학교 시절 개구리 잡고 병아리와 놀며 자연에서 보내 평생의 값진 자산을 얻었습니다."
그는 시골에서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지역이 마비되고 소멸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농촌 공동화와 도농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는 정책이라는 얘기다. 동문회에서는 장학 사업은 물론 매년 가을 전교생을 1박 2일로 서울 구경을 시켜준다. 경비는 물론 전액 동문회가 부담한다. 특히 학교측과 공동으로 한 학생 당 PC 한 대씩을 갖도록 해 학습 환경도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 2월부터는 강릉 시내 어학원 영어 원어민 강사 안드레씨를 초청해 매주 3차례씩 영어 회화 교육도 하고 있다.
2~3학년 담임교사 홍정선(50)씨는 "도시에 나가지 않고도 미국 사람한테 영어를 배우니 아이들이 소외감도 없어지고 너무나 재미있어 한다"며 "학부모들도 이제 불안감을 털고 온 지역사회가 아이들 교육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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