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면에 계절조차 잊었는지 이 엄동설한에 코스닥이 때이른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작년 8월 320선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어느새 500선 돌파를 넘보는 형국이다. 2000년 3월의 최고치 2,925포인트에는 아직 턱없이 못 미치지만, 그나마 분위기는 한결 나아 보인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 또 다시 속을지라도 재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시중의 낙관론에 일단은 귀가 솔깃해진다.
종합주가지수도 이에 뒤질세라 분전하고 있다. 1989, 94, 95, 99, 그리고 2000년 이렇게 다섯 번 올랐던 1,000포인트 고지를 기필코 재탈환하리라는 의지가 대단하다. 불황이니 어쩌니 아무리 입방아들을 찧어도 종합지수는 꿋꿋하게 720선을 딛고 일어나 900선도 가볍게 넘겨 버렸다. 올해 1,000선을 훌쩍 넘기면 다시는 지수 세자리 시대를 못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주장도 들린다.
봄처녀 가슴 설레듯 온 나라가 또 한 차례 주식의 마법에 빠지려는 조짐인가? 날 새면 내 주식 올라갈 일만 있던 그런 꿈 같던 시절이 다시 오고 있는가? 여기에 대해 소위 내 ‘전망’을 얘기하라면 그 대답은 하나뿐이다. 남의 이론을 귀담아 듣지 말고, 나 자신 또한 견해를 갖지 말라는 원칙론이다. 주가의 향방에 관한 어떤 종류의 선입견도 방해만 될 뿐이다. 특히 낙관론은 모든 불행의 씨앗이다. 1997년부터 98년까지 그렇게 바닥을 외치던 종합지수가 결국 280선까지 추락하며 수많은 주식을 휴지로 만들었다. 2000년에는 온통 장밋빛으로 시작한 시장이 500선으로 한 해를 마감해 투자자들을 망연자실케 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설마, 설마’ 하며 멍하니 주가만 바라보던 수십, 수백 억원대의 부자들을 무참히 빈털터리로 돌려보냈다.
원숭이가 사람보다 주식매매를 더 잘했다는 실험결과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주가가 여기서 더 빠질 순 없어"라고 계산하지 못하는 것이 원숭이의 강점이다. "최소한 본전은 하고 팔아야지" 하는 영악함이 없기에 더 나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사람이 결국 50% 밖에 못 맞히는 건 당연할 결과일 수도 있다. 설사 사람이 60~70% 방향을 맞힌들 아무 소용이 없다. 한두 번 깨질 때 거의 회복불능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면 너도 나도 다 좋아한다. 하지만 내릴 때에 대한 대비가 없으면 모두가 헛일이다. 언젠가는 이 잔인한 시장에게 잡아 먹힐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주가가 오를 때 내일 떨어질 것을 대비해야 한다. 주식은 예측하는 게임이 아니라 대비하는 게임이다. 시카고투자자문 대표이사 www.chicago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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