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아방가르드의 원로와 차세대 주자가 세대 차를 무시하고 타이틀매치를 벌이고 있다. 격전의 장은 쌈지스페이스의 연례기획 ‘타이틀매치’전. 3회 째인 올해의 두 주인공은 1970년대에 이미 남들보다 앞서 행위예술과 설치미술을 도입하고 발전시켜온 이건용(63)과 미술계를 풍자하는 전시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십시오’ 등으로 주목 받는 고승욱(37)이다.
선배 원로작가의 업적에 경의를 보내기보다는 서로 맞붙어 싸우면서 세대간 소통과 생산적 대화를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전시다. 쌈지스페이스는 두 작가가 마음 놓고 한 판 싸움을 벌이기를 바랐지만 기대보다 싸움의 강도는 낮은 편이라고 한다. 작품에서 몸을 중요한 주제로 삼는다는 점이 공통적인 두 작가는 상대의 대표 작품을 패러디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이건용은 아파트 재개발로 사용이 중단된 공터에서 혼자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도시화· 산업화를 풍자하는 ‘노는 땅에서 놀기’(고승욱)를, 고승욱은 예술작품에 신체의 개입을 분석하는 퍼포먼스 ‘신체 드로잉’(이건용)을 재해석했다. 또한1 빈자를 비롯해 사회의 소수자에 관심을 쏟아온 작가들답게 현실비판적 설치 작업도 내놓는다.
공동작업도 있다. 두 작가가 이 전시를 위해 벌였던 ‘된장과 케첩’ 퍼포먼스의 기록사진이 슬라이드쇼로 선보인다. 이건용은 과거를 상징하는 된장을, 고승욱은 현재에 해당하는 케첩을 서로의 몸에 바르면서 된장과 케첩에 얽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작품. 여기서 두 작가는 세대 차이를 뛰어넘는 교감을 시도했다. 17일까지. (02)3142-1693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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