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강북 A경찰서 강력팀(옛 강력반). B경사는 "올 들어 야근 시스템이 바뀌어 형사반이 하던 절도나 화재까지 담당하다 보니 강력사건은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량이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폭력팀(옛 형사반)은 눈에 띄게 한가한 분위기였다. 한 형사는 "이제 변사사건과 단순 폭력 사건만 처리하면 돼 업무 부담이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다른 경찰서에서는 예전처럼 폭력팀이 갖가지 잡무를 모두 처리하고 있었고 강력팀은 굵직한 사건만 신경을 쓰고 있다.
올 들어 경찰서의 수사부서 근무시스템이 ‘수사경과제(搜査警科制)’의 도입으로 일제히 변경되면서 일선 경찰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체제나 인력, 복무지침 등 세부계획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새 제도를 시행하다 보니 팀별로 업무가 편중되거나 전공분야와 다른 업무까지 담당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수사경과제는 경찰이 전문 수사경찰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올해부터 도입했다. 수사부분만을 별도로 분리해 독립적인 인사와 교육, 승진 체계를 적용해 수사경찰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죄종(罪種)별 전문수사팀제’로 수사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조직이 인지 사건수사, 고소·고발 등 수사 단서 별로 업무를 분담했다면 이제는 팀별로 폭행 강도 횡령 사기 등 지정된 죄종만을 전담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팀제가 인원 배치에서부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각 경찰서로 재량권을 준 탓에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곳도 있고 바뀐 제도를 따르는 곳도 있어 제각각이다. 또 바뀐 제도를 따르더라도 각 서별로 인원배치나 죄종 전담팀이 서로 달라 업무에 혼선을 빚고 있다. 동일한 죄목의 고소 사건을 A서에서는 폭력팀이, B서에서는 강력팀이, C서에서는 지능팀이 담당하는 형편이다. 실제 폭행사건 피해자 김모(42)씨는 거주지 경찰서에서는 폭력팀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사건이 발생한 지역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폭력팀이 아닌 강력팀으로 가야 했다. 한 경찰관은 "바로 옆 경찰서와 담당하는 팀이 달라 공조수사의 경우 오히려 바뀐 제도가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죄종별로 구분하다 보니 경찰서마다 특정 팀에 업무량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어떤 경찰서는 유달리 고소·고발이 많고, 어떤 경찰서는 화재나 변사사건 등이 많은 데 이를 일률적으로 분류하니 과거 형사계 전체에서 총괄하던 업무를 한 개 팀이 전담하고 나머지 팀들은 한가해지는 업무 편중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인력 구조상 원안대로 하면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시도조차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동그란기자 gr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