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대표적인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인 몽양 여운형 선생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키로 했다고 한다. 몽양 외에도 상당수 좌익 계열 인사들에 대해 서훈 추천이 결정돼 3·1절 서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몽양에 대한 서훈은 때늦은 감이 있다. 그는 해방공간에서 좌우합작을 주도한 중도좌파였다. 폭력노선을 고집한 박헌영과는 달랐다. 그런 그에게 과격 공산주의자라는 굴레가 씌워졌고, 그래서 역사에서 외면당했다.
이번 조치는 좌파 독립운동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독립운동에 바친 선열들의 희생과 투쟁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다. 정부가 서훈한 독립유공자는 1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다분히 해방과 정부수립 전후, 한국전쟁 기간의 좌우 대립과 무관치 않다. 남북분단으로 상징된 냉전의 그림자가 그만큼 길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제시대 당시의 상황에서 사회주의는 독립운동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의 하나였다. 러시아에서 공산혁명이 성공한 것은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 등이 들어서면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빨갱이' 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 후 좌파는 독립운동 평가에서 제외됐다.
몽양 재평가는 이제 우리 사회가 중도좌파의 사상을 수용할 만큼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좌우 이념대립으로 반쪽에 머물렀던 독립운동사를 온전히 다시 쓰는 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독립운동 유공자에 대한 평가의 범위를 더욱 넓히는 등 독립운동 평가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이념논쟁이 불거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균형된 인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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