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우량 중소기업 대출 세일 경쟁이 치열하다. ‘노마진(No Margin) 대출’을 선언하고 나선 곳까지 있다. 우량 중기가 최대의 자금운용처로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지만, 자칫 지나친 쏠림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1일 기존 거래 고객이 신규로 우량 중기 고객을 유치하는 경우 양측 모두에게 금리와 수수료 우대 혜택을 주는 ‘MGM(Members Get Members) 프로그램’을 마련, 연말까지 시행에 들어갔다. 유통업체들이 주로 활용하는 고객 소개 프로그램을 우량 중기 유치를 위해 금융기관이 도입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성장성 등이 우수한 중기에 대해서는 대출 금리를 1%포인트 이상 낮춰주고 각종 경영컨설팅 서비스도 무료 제공할 방침이다. 영업비용 등을 감안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사실상 대출 영업을 통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노마진 대출’에 가까운 수준이다.
국민은행도 1월부터 연말까지 우량 중기에 대해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우량 중기의 신규 대출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에 따라 최고 0.67%포인트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량 중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마진을 포람기할 수 있다는 것이 은행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1·4분기에 ‘스피드업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임원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고객 기업을 방문하는 ‘대출 투어’와 함께 우량 중기에 대해 최대 0.8%포인트의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신한은행도 경쟁 은행의 동향을 주시하며 기술력이 우수한 우량 중기에 대해 금리 우대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은행들이 과도하게 우량 중기 대출에만 매진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1~2002년 일부 은행들이 ‘노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소규모 자영업자 대상인 소호(SOH0) 대출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한 결과, 불과 2~3년 뒤 음식·숙박업 대출이 급격히 부실해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원이 나타나면 은행들이 떼거리처럼 몰려들어 경쟁을 하면서 수익성을 깎아 먹는 것이 문제"라며 "과도한 대출이 향후 부실로 이어지는 등의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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