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다큐멘터리 장면을 일부 삭제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영화계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이 거센 반면, 법원 결정에 수긍하는 여론도 많다. 10·26 사건을 블랙 코미디로 만든다고 할 때부터 예상된 다툼이다. 중요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진 법적 다툼의 본질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다같이 소중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 충돌할 때, 양쪽을 각기 어디까지 보호해야 옳은가 하는 것이다. 법원은 영화의 픽션 장면이 고인과 유족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지만 표현 자유의 한계를 넘지 않았다며 상영금지 신청을 배척했다. 그러나 실제상황 장면은 허구와 사실을 혼동하게 만들어 인격권 침해소지가 있다고 보았다. 언뜻 편의적 절충인 듯하지만, 사안의 본질을 두루 살핀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영화계는 상상과 허구가 본질인 영화의 특성을 무시했다고 반발한다. 그러나 문제의 다큐 장면이 픽션 부분까지 사실인 것처럼 오해하게 할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법원의 지적을 쉽게 넘어서지 못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전제한은 법원의 횡포라는 주장도 지나치다. 미국에서도 영화와 공공장소 시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 두 분야만은 자유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사전제한이 인정된다. 남다른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고, 다른 법익을 일단 침해하면 사후구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결정의 헌법적 타당성은 상급법원에서 충분히 다툴만 하다. 그만큼 기본권에 관한 법리는 명확히 선을 긋기가 어렵다. 다만 법정밖 논란이 사건 본질을 왜곡하고 법원을 비방하는 쪽으로 빗나가서는 안 된다. 법원이 정치적 결정을 했다고 비난하는 것부터 이 사건에 덧붙여진 정치성에 집착한 탓으로 본다. 국내외 다른 영화와 비교하는 것도 법리적 근거가 없다. 기본권 논란은 냉정하고 엄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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