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인물의 교육부총리 기용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신자유주의적 시각을 일관되게 지지해온 보수신문들 조차도 한결같이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편향적 교육관과 출신배경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은 교육개방 촉진, 판교 학원단지 조성, 교육의 부동산 대책화, 학교 영리화 허용 등 이른바 그의 화려한 ‘어록’과 결합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번 인사와 관련, 정부는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비전문가 출신이 기용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참여정부 인사코드가 세간의 안주거리로 등장하는 줄은 이미 알았지만 이번 인사는 아무래도 정도를 넘어선 것 같다. 입장을 바꾸어 볼 때, 불합리한 경제체제를 뒤집어엎기 위해 비전문가를 경제부총리로 기용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히 "경제계 출신 장관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보기에 그리 나쁘지 않았을 것이며, 교육이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라는 식의 오해는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교육계와 경제계 사이에 불협화음이 존재했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경제계의 원로, 한국은행 총재, 재경부장관 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교평준화 폐지와 대학개혁을 강조해 왔고, 그 때마다 교육계는 긴장해야만 했다.
잠시 차분하게 마음을 돌이켜 생각하면, 교육문제와 경제문제의 상생이 반드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분명히 서로 얽혀 있으며 이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푸는가에 따라 모두 죽을 수도, 모두 살 수도 있다. 교육인적자원 정책의 묘미는 ‘교육’의 논리와 ‘인적자원’의 논리를 절묘하게 연결하여 상생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에서 나온다. 교육개혁에 경제논리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분명 인적자원과 관련된 부분에 한정될 것이다. 이 구분을 현실화하는 한 가?%1? 방법은 현재의 교육인적자원부를 교육부와 인적자원부로 나누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교육부와 인력개발부가 서로 분리돼 상생효과를 내고 있으며, 영국의 교육부 내에도 학교교육부와 고등평생학습부가 별개로 존재한다. 유아 및 초·중등 교육과 대학의 기초학문 분야는 교육부가 담당하도록 하고, 실업계 고교, 대학의 응용분야 및 성인직업계속교육, 여성인력개발, 노동직업훈련 등은 인적자원부가 맡도록 할 수 있다. 인적자원부의 장관을 경제계 출신이 맡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문가보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돌이켜 보면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 장관’이라는 이유로 정치인인 이해찬 현 총리가 교육부장관에 기용됐다. 결국 그는 교육개혁위원회의 멋진 교육설계도를 완전히 거꾸로 읽는 오류를 범하였었다. 그로 인하여 ‘교육비전 2002’와 이른바 ‘이해찬 세대’가 탄생하게 됐다.
흥미롭게도 그가 다시 노무현 정부의 집권 2기 내각을 책임지는 국무총리가 됐다. 사실 이해찬 총리 스스로가 교육문제의 핵심을 훤하게 꿰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 구태여 교육부총리까지 교육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고 믿었을지 모른다. 그가 보기에 자신의 내각이 필요로 하는 교육부총리의 능력은 총리의 지휘아래 대학개혁이라는 전쟁을 치를 쓸만한 칼솜씨였을 것이다.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은 이 점에서 제격이었다. 학자나 교육행정가 출신이 대학에 칼을 들이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를 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 리더십은 칼 쓰는 기술이 아니라 교육생태계의 내적 자기조직력을 이끌어내는 끈기 있는 산파술이다. 전문성 없는 개혁으로 교육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은 이해찬 교육부장관 시절 한번으로 족하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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