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다이어트를 ‘밥 먹듯’ 해온 김씨(37)는 얼마 전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이번만큼은 절대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런데 문제는 먹거리가 넘쳐 나는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김씨는 이제 겨우 식이요법에 적응했는데, 음식을 보면 왕성한 식욕이 다시 불 붙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명절 음식은 대표적인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식이다. 기름에 지지고 볶은 음식과 고기 종류나 단음식도 많다. 영양섭취가 부족했던 옛날에는2 이러한 음식이 영양보충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요즘은 과도한 영양섭취는 몸무게를 늘리는 원흉일 뿐이다. 단 며칠이지만 이때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면 그 동안 애써 지켜온 식이요법이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원칙과 조리법만 지킨다면 친지들에게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포함하는 웰빙 식단의 표본을 선보일 수도 있다. 명절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식습관과 조리법 노하우를 알아본다.
◆ 살찌는 것이 두려우면 이 음식을 피하라 = 살찌는 것이 두려운 사람은 설날 음식 중 떡국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떡국은 사골국물, 쇠고기%2와 달걀 지단 등의 고명에다가 만두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열량이 무척 높다. 떡국은 1인분을 기준으로 대략 500~600㎉. 한 그릇에 이미 1끼에 필요한 열량이 거의 다 들어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굳이 떡국을 먹고 싶다면 가급적 다른 음식은 삼가는 게 좋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살찌기 쉬운 음식은 지방질 식품이다. 특히 명절 음식에 빠지지 않는 갈비찜을 주의해야 한다. 갈비는 다른 부위보다 기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열량이 높다. 쇠고기 살코기는 40g에 75㎉밖에 되지 않지만 갈비 40g이면 열량이 100㎉나 된다. 게다가 갈비 양념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므로 갈비찜 150g을 먹게 되면 무려 440㎉나 섭취하게 된다.
전(煎) 종류도 1쪽(50g)에 110㎉ 정도로 열량이 높다. 채소와 기타 재료로 만든 누름적의 경우 100g 내외에 150㎉를 함유, 생선 전유어에 비해 열량이 높다. 여러 가지 재료를 기름에 볶아 당면과 함께 참기름으로 무친 잡채 역시 주의해야 할 고열량 음식. 개인접시 1인분에 150~230㎉ 정도가 된다. 이외에도 제사상에 올라오는 떡, 약과, 곶감, 후식 음료인 식혜와 수정과 등 당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도 피해야 한다.
◆ 칼로리 줄이는 요령 따로 있다 = 설 음식 역시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본인이 먹을 수 있는 하루나 한 끼의 칼로리를 숙지하고 그에 걸맞은 양만 섭취하면 된다.
또 음식을 먹을 때 조금씩 다양하게 먹는 것도 한 요령이다. 떡국을 1인분 다 먹기보다는 1/2인 분만 먹고, 나머지는 잡채로 대신한다든가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간식으로 시루떡 한쪽 정도 먹는 데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좋은 음식 섭취법은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기 전에 야채 찬이나 김, 나박김치 건더기 등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먼저 먹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포만감이 생겨 고열량 식품의 섭취 욕구를 줄일 뿐 아니라 섬유질이 몸 속의 당분을 조절해 줘 몸에도 좋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전류나 생선구이 등을 조금씩 먹어 배를 채운 후 갈비찜을 먹는다. 만약 본인이 먹는 양이 가늠되지 않는다면 뷔페식으로 접시에 먹을 것을 한꺼번에 담아먹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상을 차릴 때 식기는 작은 것을 이용한다. 큰 그릇에 조금씩 담는 것보다 작은 그릇에 수북이 담긴 음식이 더 푸짐해보이기 때문에, 같은 한 그릇을 먹어도 많이 먹었다는 느낌이 들어 과식을 막을 수 있다. 김치와 야채?%? 작은 보시기에 수북하게 담고, 생선은 뼈째, 조개는 껍질째 조리하면 더욱 푸짐해보인다.
조리법이 칼로리 좌우한다 명절 음식은 유난히 기름을 이용하는 것이 많다. 나물, 전, 떡 등 기름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찾기 힘들 정도인데, 나물은 볶기 전에 살짝 데치면 기름 흡수량을 줄일 수 있다. 강한 불에서 소량을 물로 볶은 후 기름으로 맛을 내는 것도 한 방법. 전을 부치거나 고기를 볶을 때 중간에 기름이 부족해지면 기름 대신 물을 조금씩 붓는 것도 요령이다. 또 전이나 편육을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거나, 기름을 두르지 않고 달궈진 팬에 그대로 데우는 것이 좋?%?. 이미 기름으로 조리한 음식이기 때문에 눌러 붙을 염려는 없다.
음주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청주 한 잔의 열량은 70㎉로 5잔을 마시면 밥 한 공기의 열량보다 높아진다. 또한 명절이다 보니 전유어나 편육 등 기름진 음식을 안주로 삼을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먹는 안주의 열량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밥은 율무·현미·콩 등을 섞은 잡곡밥으로 하고, 잣이나 호두 등 견과류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견과류는 비타민E가 풍부해 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열량은 높은 편이다. 또 떡이나 갈비찜보다는 나물을 골고루 먹는 것이 전체 섭취열량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소 부족하기 쉬운 식이섬유 섭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조리법을 바꾸어도 하루종일 끊임없이 먹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명절에는 손님이 계속 찾아오거나, 반대로 친지의 집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하루 4~6끼를 먹는 경우도 흔한데, 식사를 마쳤으면 간단한 음료와 과일 정도만 먹도록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 삼성서울병원 조영연 영양파트장< p>도움말=강남베스트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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