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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드라마 새 공식 "무거운 건 싫어"/어깨에 힘 빼고, 무겁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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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드라마 새 공식 "무거운 건 싫어"/어깨에 힘 빼고, 무겁지 않게

입력
200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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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할 때’의 최윤석, ‘유리화’의 이창순, ‘슬픈연가’의 유철용과 연출자 자리에서 물러난 ‘세잎클로버’의 장용우 PD. 이들이 만든 드라마는 결국 조기종영했거나 될 예정이거나 혹은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의 빛 바랜 신화에 눈 멀어 새로운 트렌드를 읽지 못한 탓이다. 반면 변화무쌍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고 이를 매혹한 드라마도 있다. ‘지는 드라마’와 ‘뜨는 드라마’의 차이는 무엇인가?

‘참을 수 없는 무거움을 강요하지 마라.’ 시청률 1~3위를 차지한 ‘해신’(KBS 2) ‘봄날’(SBS) ‘쾌걸춘향’(KBS 2)은 모두 최대한 어깨에 힘을 뺀 드라마다. ‘해신’은 시대와 명분, 권력의 이야기를 궁중 암투와 전쟁으로 풀어낸 기존 사극의 딱딱함을 한 꺼풀 벗는다. 탈 역사적인 공간을 무대로 멜로와 무협, 판타지를 뒤섞음으로써 대중문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말랑말랑한 사극을 만든 것.

‘봄날’도 정통 멜로 드라마이지만 ‘슬픈연가’ ‘유리화’처럼 ‘절대적 사랑의 덫’에 걸려들지 않았다. 폼을 잡은 남성 연기자가 정색을 하고 첫사랑을 향해, 맹목적으로 끊임없이 사랑을 외치는 장면들들의 나열로 시청자를 지치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가슴 두근거리고 실체가 느껴지며 때론 움직이는 사랑을 밀어처럼 소곤거린다.

그런가 하면 ‘쾌걸춘향’은 ‘옥탑방 고양이’ ‘풀하우스’로 이어지는 로멘틱 코미디 장르의 관습에 충실하다. 동거를 통해 티격태격하는 관계에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일관되게 경쾌하고 코믹하게 그린 ‘쾌걸춘향’ 앞에서 현대판 심청인 진아(이효리)의 이야기를 밋밋하게 푼 SBS ‘세잎클로버’는 속수무책이다.

‘봄날’ ‘해신’ ‘쾌걸춘향’에는 주인공부터 조연, 착한 역부터 악역에 이르기까지 이해 가능하고 펄펄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러나 실패한 드라마에는 일관성 없고 스타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거나 비정상적인 캐릭터만이 존재한다.

‘세잎클로버’는 스타의 광휘에 캐릭터의 존재감이 자취를 감춘 대표적인 사례다. 섹시 스타 이미지가 강한 이효리가 맡은 역은 공장에서 받은 간식을 할머니에게 갖다 드리고 오빠 대신 감옥에 가는 진아. 극중 캐릭터인 진아와 이효리 본래의 이미지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

반면 ‘봄날’은 주인공을 맡은 고현정, 지진희, 조인성 등이 본래 갖고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캐릭터로 끌고 들어왔다. 극중F 고현정은 ‘모래시계’의 혜린을, 은호(지진희)는 ‘대장금’의 종사관과 닮았고, 은섭(조인성)은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민과 닮았다. 이러한 유사관계는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해줬다.

톱 스타가 없는 ‘쾌걸춘향’은 억척스러운 똑순이 성춘향(한채영)과 사고뭉치 이몽룡(재희)의 캐릭터를 대사와 해프닝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구축하는 전략을 1회부터 지속적으로 구사했다.

악역에 개연성을 부여해 입체적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력이 보장된 중견 연기자들이 감칠맛 나는 조연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것도 ‘되는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해신’의 염장(송일국)과 자미부인(채시라), ‘봄날’의 새엄마 혜림(이휘향), ‘쾌걸춘향’의 변학도(엄태웅)와 월매(김청)가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해신’ ‘봄날’ ‘쾌걸춘향’의 최대 성공 비결은 재벌 2세들과 신데렐라의 사랑 이야기를 뻔한 구조에 평범하게 담은 ‘유리화’나 ‘세잎클로버’와 달리 새로움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에 있다. ‘해신’은 ‘대망%1’(1999)이 완성하지 못한 경제 무협 사극이라는 장르에 도전, 중국 현지 로케이션과 HD 특수 촬영, 화려한 액션 장면 등으로 볼거리를 만들어 냈다.

‘봄날’과 ‘쾌걸춘향’은 뻔한 이야기를 색다른 스토리 텔링과 다양한 영상으로 풀어냈다. ‘봄날’은 1~4회에서 극이 안고 있는 갈등 구조를 빠른 속도와 다양한 정보 전달 방식으로 공개했다. ‘봄날’이 이복 형제가 한 여자를 놓고 벌이는 갈등, 기억상실증 같은 소재를 다시 한 번 다루고 있는데도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쾌걸춘향’도 화면 분할, 되감기, 두 인물을 통해 한 가지 상황 전달하기 같은 다양한 편집을 통해 진부함을 지워냈다.

김대성기자 lovel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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