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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지율스님 단식 오늘 99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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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지율스님 단식 오늘 99일째

입력
200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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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 경남 양산시 천성산 관통터널(원효터널·13.5㎞)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등을 요구하며 3일이면 꼭 100일이 되는 단식투쟁을 강행하고 있는 지율 스님. 그는 왜 극한의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가.

지난해 6~8월 청와대 앞 3차 단식투쟁 당시 정부측으로부터 ‘법원 항고심 판결 때까지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 공동 전문가 조사’를 약속 받고 58일간의 단식을 풀었던 스님은 환경부의 단독조사 강행에 항의하며 10월 27일부터 다시 단식을 이어갔다. ‘환경이냐 개발이냐’하는 논란을 차치하고 우선 스님을 살려야 한다는 국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

1992년 6월 경부고속철도 노선이 고시되고 94년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승인으로 본격화한 천성산 구간 공사 논란은 2001년 11월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 등이 환경파괴 및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등을 문제 삼아 이른바 ‘도롱뇽 소송’을 내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법원이 잇달아 기각 및 각하 결정을 내리자 함께 투쟁하던 환경단체들은 이를 받아들이며 한 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율 스님 홀로 무기한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을 해왔다. 법원 판결 후 천성산 터널 공사는 지난해 11월30일 재개됐고, 환경단체들은 12월 7일 대법원에 재항고했으며 지율 스님의 단식은 계속됐다.

지율 스님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천성산 구간의 토목공사는 하되 발파작업을 3개월 이상 보류하라는 것과 ▦이 기간 동안 천성산 고습지대 및 생태계 등 환경에 미치는 전문가 영향평가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도롱뇽의 친구들’ 손정현(41) 공동대표는 "약속을 어긴 정부는 하루빨리 전문가 공동조사 등 스님의 요구사항을 받아 들여 그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단식이 ‘6개월간 전문가 공동조사’라는 법원 조정안을 뿌리치자 ‘환경’쪽에 동정적이던 여론마저 상당부분 등을 돌리게 됐고, 급기야 "지율 스님의 단식은 국책사업 발목잡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된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단식을 중단할 적절한 명분을 찾지 못해 극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혹여 불상사라도 생겨 국민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지만, 새만금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이 또 다시 중단될 경우 연간 수 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은 물론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공산이 커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터널공사 백지화 및 노선 재검토 발언이 공염불에 그친 점 ▦정부 단독의 환경영향평가로 30여종의 법적 보호종에 대한 조사 부실 등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혀 지율 스님의 요구를 무조건 배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박홍석(56) 홍보실장은 "스님의 건강 악화가 무엇보다 우려된다"며 "현재 정부 관계부처들이 내부적으로 스님의 요구사항 수용 여부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혀 극적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종교계를 비롯해 환경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도 ‘스님을 살리자’며 동참에 나서는 등 각계의 우려와 염려가 전국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 지율스님은 누구/2001년부터 천성산 터널 반대 운동

지율(知律) 스님은 천성산 문제로 환경운동에 몸을 던지기 전에는 세속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수행승이었다.

1957년 경남 산청군 색동면 지리산 기슭에서 태어난 스님은 어려서 성당과 교회에 다니기도 했으며 삶의 근원적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우연히 원효 스님의 ‘대승기2신론소’를 읽다가 깊은 감명을 받고 발심(發心), 92년 양산 통도사에서 청하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대원사, 화운사, 수덕사, 동화사 등에서 하안거를 났으며 97년 구족계를 받았다.

이후 통도사 말사로 천성산 제 2봉 기슭에 있는 내원사 선방에서 수행에만 전념한 스님은 산감(山監) 소임을 맡게 돼 이 산을 관리하게 됐다. 스님은 ‘새만금’을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의 이름으로 알 정도로 절 밖의 일에는 무심했다. 그러다 2001년 4월 우연히 외출했다가 천성산을 파헤치는 관광도로 공사 현장을 보고 충격을 받아 포크레인 삽날 앞에 몸을 던지기도 하고, 거리에서 3,000배를 하기도 하며 환경운동에 점차 뛰어들게 됐다. 천성산 관통터널 공사를 막기 위해 2003년 3월부터 시작한 단식은 35일, 45일, 58일 등으로 계속 이어졌으며 모두 200일이 넘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 스님 건강은/ "생명이 위태롭다"

98일째 단식 중인 지율 스님의 건강상태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은 "하루 바삐 단식을 중단하라"고 권유했다.

3개월간 물과 소금만으로도 신체의 기초대사량(1일 1,000~1,300㎉)을 충당할 수 있다지만 계속 단식한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임윤정 교수는 "아무리 수도자라고 해도 100일 가까이 단식하면 신체 전반적으로 대사기능이 손상된다"며 "지금 당장 단식을 중단하지 않으면 건강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태롭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 역시 "지율 스님이 수도생활로 일반인보다 기초대사량이 훨씬 적어 오래 단식할 수 있었다"며 "그렇지만 3주 이상 단식하면 몸 속 단백질의 50% 이상 분해되고 심장박동 장애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빨리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물과 소금만 섭취해도 1년 이상 단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단식투쟁 등과 같은 극한상황에 놓이면 불리한 환경에 맞춰나가려는 신체의 신비스런 적응력이 생기는데 일시적으로 지각장애를 일으켜 생체시계를 느리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다만 단식을 오래할 경우 몸 속의 단백질 부족으로 뇌손상 등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권대익기자 dkwon@h k.co.kr

■ 與野100여명 "환경평가 다시 하자"

정치권이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지율 스님을 살리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 동안 지율 스님의 요구에 침묵해온 여야 의원들이 스님의 건강이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자 팔을 걷고 나선 것.

여야 의원들은 1일 국회에서‘지율 스님 살리기와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3를 촉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민노당 조승수 의원은 이날 오후 의원 100여명의 서명을 받아‘천성산 환경영향 평가 공동조사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은 "지율 스님에게 만약 불행한 일이 생기면 누가 그르냐, 옳으냐를 떠나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한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면 환경영향 평가 재실시를 요구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지율 스님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노 대통령의 환경정책은 계속 후퇴하고 있고 그 대표적인 예가 지율 스님과 천성산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지율 스님의 단식은 노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박근혜 대표는 "지율 스님이 돌아가시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 가슴이 아픈 이들을 야당은 대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세일 정책위의장 등 당직자들은 31일 지율 스님이 단식 중인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을 방문했다.

민주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생명이 경각에 달린 지율 스님의 단식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라며 "우리 사회가 스님의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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