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시리즈로는 가장 오랜 이력을 지닌 문학과지성사의 ‘문지 시인선’ 판형과 디자인이 27년 만에 바뀔 전망이다. 30년 가까이 같은 디자인을 고수하는 것도 드물고 힘든 일이지만, 그 오랜 연륜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문지 시인선은 1978년 황동규(서울대 영문) 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에서 시작돼 김기택 시인의 ‘소’에 이르기까지 모두 294권이 쌓여왔다. 100번 단위로 바탕색을 바꿔, 1~99번은 황토색, 100~199번은 청색, 200번 이후 지금까지는 초록색을 써온 것을 논외로 친다면, 서체와 배치, 판형은 물론 이제하 김영태 두 시인이 번갈아 그린 시인들의 캐리커처도 그대로 이어져왔다.
그 사이 242권째를 낸 창비의 ‘창비시선’은 서너 차례 표지 디자인을 바꿨고, 2003년에는 판형도 개선했다. 문학동네는 최근 하드커버 장정으로 개정판 시집을 내는 중이다.
바꾸자는 주장의 요지는 한마디로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것이다. "70년대에 유효했던 컨셉트를 고집한다는 것은 시인과 독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캐리커처를 포함해 모든 것을 확 바꿔보자." 반면에 "지금까지 쌓아 온 이미지가 있는데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도 만만찮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역사와 전통의 표지를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문지 김수영 주간은 "300번에 맞춰 시원하게 확 바꿔보자는 견해도 있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측도 있다"며 "바꾸기는 하되, 얼마나 어떻게 변화를 줄지 여러 의견을 듣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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