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개인들의 해외직접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개인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7억 달러에 육박하며 환란 초기인 1998년에 비해 13배 이상 폭증했다.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증가에 따른 산업 공동화 우려와 함께, 개인자금의 해외 이탈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31일 수출입은행이 집계한 ‘2004년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개인 투자(신고 기준)는 지난해 6억9,537만달러(1,995건)로, 전년 대비 55.3% 증가했다. 이는 98년 5,223만달러(218건)와 비교하면 6년 새 13.3배 증가한 액수다.
연도별로는 99년 1억2,152만달러(476건), 2000년 2억3,790만달러(691건), 2001년 2억1,955만달러(786건), 2002년 2억8,373만달러(925건), 2003년 4억4,775만달러(1,134건) 등 2001년을 제외하고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신고 기준이 아닌 실제 투자 기준으로도 지난해 개인투자는 4억6,773만달러(1,909건)에 달해 전년에 비해 77.2% 급증했다. 역시 98년(3,637만달러)과 비교하면 12.9배 증가했다.
개인들의 주된 투자 지역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4억944만달러)과 북미 지역(2억5,486만달러)이었다.
투자 업종은 제조업(3억5,068만달러)이 주력을 이루고 있지만, 숙박·음식업과 부동산 투자의 증가세가 두드램러졌다. 지난해 해외 숙박·음식업 투자는 1억511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폭증했고,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159만달러(2001년) → 522만달러(2002년) → 877만달러(2003년) → 1,088만달러(2004년) 등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이처럼 개인의 해외직접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개인이나 개인사업자들이 저금리와 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해외에서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최근 1~2년 새 체감 경기가 악화하면서 개인들이 생계형 해외 투자를 크게 늘려왔다"며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자금 이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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