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비리사건 수사과정에서 노조간부를 통해 아들을 취직시킨 어머니가 나중에는 직접 브로커로 나서는 등 갖가지 비리의 모습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30일 구속된 브로커 이모(46·여)씨는 지난해 5월 평소 알고 지내던 기아차 노조 광주지부 대의원 박모씨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아들을 취업시켰다. 돈만 있으면 취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씨는 구직자와 박씨를 연결하는 브로커로 나서 돈을 벌기로 했F다.
이씨는 "실력은 필요 없다. 돈만 가져오라"고 꾀어 입사지원자 8명으로부터 2억100만원을 받은 뒤 4,100만원은 자신이 챙기고 1억6,000만원은 박씨에게 주면서 취직을 부탁했다. 이들은 이후 연말까지 실시된 생산계약직 채용시험에서 모두 합격했다. 이씨는 취직에 성공한 한 남성의 어머니를 통해 또 다른 청탁자를 물색, 취직시켜 주는 등 피라미드식으로 대상자를 사냥했다.
대의원 조모(35·구속)씨의 고교 후배인 기아차 생산계약직 이모(34·구속)씨는 너무 높은 비율의 중개료로 눈총을 샀다. 이씨는 지난해 5월 지인으로부터 취업청탁과 함께 2,500만원을 받은 뒤 이 중 2,000만원을 챙기고 조씨에게는 500만원만 건넸다.
노조 간부들은 채용대가로 받은 돈을 물쓰듯 썼다. 노조 대의원 권모(34)씨는 자신의 친구와 함께 "돈을 주면 생산계약직 취업 추천이 가능하다"고 소문을 내고 다니면서 8명으로부터 1억4,000만원을 받아 챙긴 뒤 부동산 투자, 유흥소주방 경영 등으로 탕진해 기아차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 25일 구속된 기아차 노조 광주지부장 정모(45)씨는 취업청탁 사례금을 주식투자 등으로 썼으며, 노조 대의원 신모(37·구속)씨는 9월 지부장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 등을 통해 채용장사에 나섰다. 이런 노조간부들이 30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기다리면서 서로 농담을 주고 받는가 하면 키득키득 웃기까지 해 주변을 아연케 하기도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간부 중에는 취업 청탁자에게 2,000만원을 받은 뒤 수사 시작 이후 3,000만원을 돌려 준 경우도 있었다. 받은 돈이 너무 많아 누가 줬는지도 몰랐던 것"이라며 혀를 찼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은 지난해 생산계약직 채용 당시 채용 청탁을 한 정치인 등 외부 유력 인사들을 이번 주부터 차례로 비공개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구직자들로부터 채용대가로 1,500만~4,000만원을 받은 광주공장 전0? 노사협력팀장 최모(44)씨와 노조 간부 박모(35)씨를 구속하고, 채용사례금 1억원을 받은 또 다른 노조간부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안형영기자 ahnhy@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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