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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협회장 선거, 갈등 치유 계기될까/이달 24일 선거…현 회장·개혁요구 후보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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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협회장 선거, 갈등 치유 계기될까/이달 24일 선거…현 회장·개혁요구 후보 3파전

입력
2005.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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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반목으로 끼리끼리 등돌린 출판계가 화해의 봄날을 맞을 수 있을까.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 등 잇따른 대형 국제행사와 출판계 통합의 중차대한 과제를 짊어질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제45회 회장 선거가 이정일(55) 현 회장(일진사 대표)과 박맹호(71) 민음사 회장, 임홍조(65) 한국출판연구소 이사장(영재교육사 대표)의 대결로 치러진다. 출협은 31일 회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후보 3인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1947년 창립해 현재 900여 출판사를 회원사로 거느리며 국내 출판계를 대표하는 출협의 이번 회장 선거는 특별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불황 등으로 출판환경이 워낙 나빠진 데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2007년 유네스코 ‘서울 책의 수도’ 행사, 2008년 국제출판협회(IPA) 총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 출협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 단행본 출판을 대표하는 출판인들이 연대 서명해 ‘2005 한국출판인선언’을 냈기 때문이다.

‘출협이 출판인의 위상을 옹호하고 지식정보시대를 선도할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가’라고 문제제기하며 출협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한 이들은 이정일 회장이 출마 결심을 굳히자 국내 대표적 단행본 출판사의 하나인 민음사 박맹호 회장을 후보로 추대했다. 선언에 참여한 한 출판사 대표는 "상황이 바뀐 게 없이 선언문만 내고 끝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출판계의 갈등은 외환위기 때 책 도매상과 출판사들이 줄부도를 맞는 상황에서 출협의 대응에 문제를 느낀 단행본 출판사들이 98년 말 한국출판인회의를 창립하면서 표면화했다. 한국 출판계의 맏형이던 출협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출협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선언문이 나오고, 이번 선거에서 그 요구가 정당한지 검증 받자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책 안 보는 사람이 늘어 출판계는 이제 다 망했다"고 만날 우는 소리면서 ‘자중지란’하고 있으니 그 모양 참 딱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자리 다툼" 정도로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국 출판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은 분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출판인은 "출판계의 통합은 당위고, 출협의 변신과 개혁은 대세"라고 말했다.

2월 24일 선거로 승패를 가리더라도 출협의 앞날이 밝기만 한 건 아니다. 더 깊어진 출판인들끼리 감정의 골을 메워야 하는데다, 눈앞에 닥친 국제행사 준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누가 되더라도 길게는 한국출판산업 부흥을 이끌어낼 방도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무거운 짐일 수 밖에 없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후보 3人 인터뷰

◆ 이정일 현회장/ "30억 조성해 獨 도서전 결자해지"

연임에 도전한 이정일 현 회장은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선언문 파동’에 몹시 마음이 편치 않은 듯했다. 이 회장은 "제대로 상의도 없이 일방으로 선언문을 발표해서는 안 된다"며 "선거로 공정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출판계가 갈등을 접고 통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하자 "통합에 노력하겠다"면서도 "분열을 자초한 집단이 먼저 자성하고, 자기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유치한 주역이며 최근 주빈국 조직위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 회장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주빈국 행사를 잘 치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남은 기간 동안 출판계가 합심해 목표로 정한 최대 3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조직위 행사 비용에 보태겠다"고 말했다.

◆ 박맹호 민음사회장/ "연륜 살려 대동화합 기회 만들 것"

후배 출판인들의 간청으로 출협 회장 후보로 처음 나선 박맹호 민음사 회장은 "출판환경이 격변하고 출판계가 주도해야 할 국제행사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역량을 모아 강력한 리더십을 만들어도 될까말까 하다"며 "현 집행부와 합심할 생각이었는데 뜻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출판계가 오랫동안 골이 패었다"며 "그래서 나이 먹은 나 같은 사람이 나와서 화해하고 대동단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출판계 통합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출판단체가 서로 이?7末? 수 있도록 조정하는 리더십을 확보하면 통합은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준비는 "돈이 많아야 꼭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130억원도 적은 돈은 아니라는 김우창 주빈국 조직위원장의 말이 옳다"고 덧붙였다.

◆ 임홍조 출판硏 이사장/ "도서관 지원해 출판계 살릴것"

"후보 등록 마감일 점심 때까지도 출마할 생각이 없었는데, 여러 출판인들에게 떠밀려 갑작스레 후보 등록을 했다"는 임홍조 한국출판연구소 이사장은 출판계 위상을 되살리는데 힘 쏟겠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특히 "정부에서 도서관 정책을 제대로 펴야 한다"며 "지금보다 도서관 수를 더 늘리고, 양서를 의무적으로 구입하도록 해야 출판사가 살고 우리 출판문화가 되살아 난다"고 강조했다. 출판 유통 개혁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출협 개혁 요구에도 전적으로 동감한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따놓고도 출협은 책 몇 권 번역되는 것만 쳐다보고 있지 하는 게 뭐가 있느냐"며 "도서전의 핵심 소프트웨어는 책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빈국 행사를 주체가 되어서 끌고 나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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