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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질문은 아름답고 강하다

입력
2005.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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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를 단숨에 달리는 것과 마감시간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원고를 쓰는 것과 어느 것이 더욱 숨찰까? 다리의 평균속도와 두뇌 회전의 속도는 어떤 관계인가. 건장한 사람이 백두산에 오른 것과 장애인이 동네 뒷산에 오른 경우 어느 누가 더 장한 것인가. 중매를 통한 초혼과 연애를 통한 재혼 중 어느 것이 더 신혼에 가까운가. 의사가 상처를 건드리지 않고 치료하는 것과 친구의 아픔을 건드리지 않고 아픔을 달래는 것과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합병증으로 죽은 단순한 사람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당신은 질문하기를 좋아하는가, 아니면 답변하기를 좋아하는가.

말도 안 되는 질문은 하나님도 대답하기 어렵다. 우주의 왕은 될 수 있을지언정 퀴즈의 왕은 될 수 없을는지 모른다. 그래도 의문의 엔진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무엘 베케트는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 그것이 인생”이라고 했는데, 인생 그 자체가 Q&A의 연속이라 그럴까. 그렇다면 정답이 없을 때도 정답을 찾아 헤매고, 못 찾으면 거짓말로라도 대답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섬진강 변 매화가지의 꽃망울이 터지는 것만 당연하고, 굳게 다문 입에서 질문이 터지는 것은 부자연스러운가.

물론 질문은 접고 답만을 찾는 것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진정한 천재는 답보다는 제대로 된 질문을 구하는 사람이다. 뉴튼이 떨어지는 사과를 만유인력에 대한 의문으로 바꾼 것과 같은 것이다. 과연 우리는 지난해 몇 개의 질문을 던졌으며 몇 개의 답을 건져 올렸을까. 만일 누가 운명은 과학인가, 아닌가라고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하겠는가.

어두운 것이 있으면 밝히고 싶고 웅덩이가 있으면 메우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일진대, 질문을 억누르면 모든 것이 대한 수용은 저절로 이루어질까? 지나친 호기심이 때로는 삶을 짜증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어린아이의 호기심에 버금가는 질문과 의문은 삶을 즐기는 기본 요소가 아닐는지.

그러나 종종 우리는 질문이 불평으로 대신 나타나는 것을 본다. 질문은 우리를 눈뜨게 하지만 불평은 우리를 오히려 눈 멀게 한다. 미워하는 사람치고 눈멀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4,000만의 질문이 파도 쳐 한데로 모아지고 그것이 춤추면서 해안선으로 물러갈 때 설사 쓰나미 같은 해일이 밀려와도 끄덕 없는 사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질문은 아름답고도 강하다. 언제나.

/ 최병현 호남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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