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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담배판매 급증 엉터리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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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담배판매 급증 엉터리 해석

입력
2005.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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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꼬마가 파리의 날개를 떼어낸 뒤 책상 위에 놓았다. "움직여!"라고 말하자 파리가 움직였다. 이번에는 다리도 떼어 올려 놓았다. 다시 "움직여!’라고 소리쳤으나 파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꼬마가 결론을 내렸다. "다리를 떼어 내면 파리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

대학 시절 ‘조사방법론’ 강의에서 들은 우스갯소리지만, 통계에만 매달려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게 얼마나 위험한가를 정확히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파리의 날개’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부분 신문과 TV는 30, 31일 "우리 국민들이 지난해 불황 때문에 다시 골초가 됐다"고 보도했다. 2004년 담배 출하량이 1,054억700만개비로 전년보다 22.4% 늘었다는 통계청 수치를 놓고 그런 해석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해몽’이다. 출하량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재기 현상’ 때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월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1~4월에는 평균 74억개비였으나, 담뱃값 인상 논의가 본격화한 5월에는 97억개비로 늘어 5~12월 평균 판매량이 95억개비에 달했다. KT&G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사재기 수요로 출하량이 급증하다가 실제로 인상 이후 3~4개월은 급감한 것이 종래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 출하급증이 ‘사재기’ 때문이었는지 역시 단정할 수는 없다. 올 1월 통계가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리의 날개’처럼 통계를 멋대로 해석해 ‘한국인이 골초가 됐다’는 결론을 내린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통계의 이면을 꿰뚫어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따름이다.

조철환 경제과학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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