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인(壓印) 드로잉 애니메이션이라는 낯선 방식의 작품을 제시한 김신일(34). 그에게 최근 ‘미디어 레이더스(Raiders·탐색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씨는 일주아트하우스가 신진작가 발굴·지원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의 세번째 작가로 2월22일까지 두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
그가 "종이를 이용한 조각"이라고 정의하는 압인 드로잉 애니메이션은 색이나 선 같은 미술의 표현 도구를 일절 쓰지 않고 종이를 눌러 만든 입체감만으로 형상을 표현하는2 독특한 작품.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 유학하며 컴퓨터아트와 영상작업을 접한 김씨가 고안한 조각과 영상의 중간지대이다. 잉크가 나오지 않는 펜으로 두꺼운 흰 종이를 눌러 제작한 드로잉으로 초당 30프레임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그의 작업 방식이다. ‘공(空)’이라는 개념을 두고 꾸준히 고민하는 작가는 "색이 지닌 선입견을 완전히 비워내기 위해 색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번에 선보인 ‘Thinker’는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을 360도 회전시키는 애니메이션. 그 과정을 200장으로 나눠 압인 드로잉 작업을 한 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비디굘嘲으? 이용해 조각과 회화의 중간에 해당하는 작품을 만들 수 없을까 생각하다 ‘돌아가는 조각’을 구상했다"는 작가는 로댕을 인용한 이유를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가 예술가의 태도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술 작품을 감상 중인 관람객의 모습을 담은 싱글채널 비디오작품 ‘In Between’도 예사롭지 않다. 작품을 관람하는 한 노인을 담은 스틸사진을 비디오로 보여주는 영상인데, 노인이 관람하는 작품에 주목해야 한다. 유명 철학가의 얼굴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숨겨놓은 회화를 골똘히 관람하는 사람의 모습은 미술작품 관람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와 예술작품과 관람객의 관계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02)2002-7777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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