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호주 맥쿼리생명과 체결한 이면계약에 대해 검찰이 입찰방해 혐의를 적용함에 따라 향후 이를 둘러싼 양측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이는 정치권에 대한 로비 여부와 함께 한화의 대생 인수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화로선 사활을 건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고, 검찰 또한 한번 뽑은 칼을 명분 없이 집어넣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한화가 이면계약을 미끼로 실제 투자의사가 없었던 맥6쿼리생명을 전략적 투자자인 것처럼 위장해 컨소시엄에 끌어들임으로써 예금보험공사의 대생 매각을 위한 공정한 입찰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한화와 맥쿼리생명의 이면계약 내용을 상세히 적시해 맥쿼리사의 컨소시엄 합류가 ‘가장(假裝)참여’였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 맥쿼리생명은 한화의 컨소시엄에 참여, 대생 지분 3.5%를 2,615만 달러(약 311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한화가 맥쿼리생명과 2001,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작성한 이면계약에 따르면 한화는 맥쿼리생명의 출자자금 311억원을 제공하기로 약정했을 뿐3아니라, 맥쿼리생명이 인수 과정에 참여하면서 지출한 변호사비용, 세금 등 제반비용까지 전부 지급하기로 했다.
한화는 실제 이면계약 내용대로 곡물수출입 회사인 ‘번기 싱가폴’을 통해 곡물수입 대금으로 가장해 2,600여 달러를 맥쿼리생명에 제공했고, 맥쿼리생명은 이 돈을 대생 지분 인수대금으로 사용했다. 맥쿼리생명은 2003년 12월 보유하고 있던 대생 지분 3.5%를 한화에 매도해 지분을 정리했고, 변호사비용 세금 등 제반비용 85억원도 받아갔다. 즉 맥쿼리생명은 대생 지분 인수에 있어서 자사의 ‘명의’만을 한화에 빌려준 셈이며, 대가로 대생 자산의 운영권 일부%E를 가져갔다.
검찰은 이면계약이 ‘입찰 방해’라고 지적하고 사법처리 의사를 밝히고 있다. 형법 315조는 위계(속임수)를 통해 경매나 입찰의 공정성을 해친 자를 징역 2년 또는 벌금 700만원 이하의 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화는 그러나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재계의 관행으로 통상적인 합작투자 약정"이라며 "외환위기 상황에서 선진 생보사를 파트너로 끌어들여 경영 등이 견실해질 수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이면계약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도 관심 거리다. 검찰은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에 그룹의 전 역량을 걸었던 사실에 비춰 김 회%C장이 이면계약을 지시했거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여부를 캐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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