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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의 정치읽기/시골소년도 제2 정세균 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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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의 정치읽기/시골소년도 제2 정세균 될 수 있어야

입력
2005.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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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전북 무주의 한 산골. 한 소년이 겨울 산에서 나무를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속된 말로 찢어지게 가난했기에 고교 진학을 엄두도 못 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읍내에 조그만 고등학교가 생겨 입학, 몇 달 다녔다. 좀 더 큰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주 공고로 전학을 했고 거기서 공부를 잘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연 대학을 가야겠다는 포부가 생겼고 그래서 무작정 성적표를 들고 인문계 고교를 찾아가 교장 선생님과 상의한 끝에 입학했다. 고교만 세 군데를 다닌 그는 고려대를 나와 대기업 간부를 거쳐 국회의원이 됐다. 그 시골 소년이 얼마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된 정세균 의원이다.

이런 스토리는 그 연배에서는 드물지 않았다.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정치인 대부분도 어려운 집안형편을 극복한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경북 영일군의 가난한 농가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김밥을 팔았고, 동지상고 야간부를 다닐 때는 낮에 풀빵을 구워 팔아야 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중학교 3년 때 5·16 쿠데타로 교직을 그만둬야 했던 아버지가 그 충격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고단한 시?%0萱? 보냈다. 김 장관은 어머니가 편찮은 몸으로 동대문시장에서 여자 스타킹, 양말 등을 떼다가 이 학교, 저 학교에서 팔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일찍 부친을 여의고 어머니가 만든 옷들을 동대문 시장에 내다 팔며 대학을 다녔고, 손학규 경기지사도 중학교 시절 부친의 사망으로 밥 한 톨 흘리면 호되게 혼나야 했던 빠듯한 생활을 했다.

이들의 인생을 보면서 서울 강남지역 고교들의 유명대학 진학 독점 현상, 내신 관리를 위한 교사들의 답안지 조작 사건을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시골은 물론이고 서울 강북지역 고교들조차 명문대학 합격자를 별로 내지 못하는 불균형에 처해 있다. 심지어 사법고시 합격자에서도 강남 편중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교평준화 실시 이후 내신 비중을 높이는 등 공교육의 내실화와 교육 평등을 위한 온갖 방안들이 나왔지만, 결과는 돈의 우위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역으로 김밥 팔면서 공부하는 시골 소년이 사회의 중심부로 진입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이를 방치하면 사회의 역동성은 죽고 계층간 격차와 갈등은 점점 커질 것이다.

황폐해진 공교육 현장, 내신에 대한 불신을 뻔히 보면서, 이상하고 복잡한 대책을 더 이상 내놓지 말았으면 한다. 대신 시골 소년도 상승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단순 명쾌한 제도로 돌아가면 어떨까.

정치부 부장대우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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