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이를 말해 준다. 조직과 인력, 예산운영에서 약제비 관리까지 부실운영, 방만운영의 종합판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혈액 같은 보험료를 거둬 자신들의 배를 채워 온 것이다. 보험료를 인상할 때마다 건강보험서비스 헌장을 만드느니, 고객 피부에 와 닿는 운영을 하겠다느니 한 게 다 거짓이었다. 이런 조직에 계속 국민의 건강을 맡겨야 하는 건지 회의가 든다.
수십 가지 지적사항 중에 몇 개만 훑어봐도 단박에 돌아가%는 실상을 알 수 있다. 업무량이 비슷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전국에 80개 지사를 두고 있는데 비해 건보공단은 3배에 가까운 227개를 설치했다. 직원은 무려 1만명이 넘는다. 노조 전임자를 정부 기준의 7배나 둬 그 인건비가 연간 27억원이다. 또 인사적체를 해소한다며 무더기로 승진인사를 실시해 4급 이상 고위직 직원이 정원의 68%를 차지한다. 이게 1조5,000억원의 적자를 안고 있는 기관의 행태다. 사기업이었으면 벌써 망해서 없어졌을 것이다.
방만한 운영으로 생기는 재정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왔다. 건강보험료는 해마다 꼬박꼬박 인상됐지만 진료비 중 환자 본인부담률3률은 43.6%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건강보험이 사회보장제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건보공단이 이 지경이 되도록 감독관청인 보건복지부는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검찰수사에서 대규모 인사·납품비리로 간부들이 대거 구속되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않은 것 같다. 김근태 복지부 장관과 이성재 건보공단 이사장은 공단을 해체한다는 각오로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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