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다변가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말한다. 그의 말에는 거침이 없다.
말 잘하는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광화문 현판을 정조의 필체로 바꾸겠다는 구상(構想)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을 정조에 비유해 말한 적이 있는데다, 유신시절 민청학련사건을 겪은 터여서 그 동기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대학 친구인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과는 ‘승자에 의한 역사 파괴’‘아부쟁이·어용학자로 몰지 말라’라는 공개서한 공방까지1? 주고받았다.
유 청장은 자신을 향한 세간의 말들을 오해라고 했다. 광화문 현판 교체는 10년 전에 결정됐고, 정조 글씨로 교체하는 것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세 가지 안 중의 하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실무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새로운 현판 글씨 안을 검토하면서 숙종 영조 등의 어필을 살펴봤지만 집자(集字)가 가능한 것은 정조의 어필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의 진짜 속셈이야 짐작으로만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어쨌든 이번 구설수는 그가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독대(獨對)한 자리에서 한 이야기를 그는 여러 사람 앞에서 거침없이 말했다. %C지난달 익산 미륵사지 석탑 해체 중간보고회에서는 "백제 탑의 고졸한 맛이 없는, 군사정권 때 복원된 미륵사지 동탑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해버리고 싶다"고 했다. 공식 석상에서 문화재 행정의 책임자가 할 말은 아니었다.
그는 "내가 뭐가 아쉬워 대통령에게 아부를 하겠냐"며 ‘지조 있는 학자’ ‘양심 있는 문사(文士)’로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꿈 역시 가슴에 조용히 품고 가는 것이지, 공개서한을 통해 만천하에 알릴 성질의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남경욱 문화부 차장대우 kwnam@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