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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그림 속의 역사, 음식 속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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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그림 속의 역사, 음식 속의 역사

입력
2005.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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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화가 유숙(1827~1873)의 ‘대쾌도(大快圖)’는 씨름판이 벌어진 단오 장터를 묘사한 그림이다. 보릿고개가 한창인데도 막걸리를 팔러 나온 술 장사꾼의 호객행위가 눈에 띄는데, 막걸리 한 잔과 인절미 한 입으로 당시 사람들은 소박한 풍요를 누린 듯하다. 술판에 늘어놓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투박한 질그릇들을 보면 그때 매끈한 오지그릇이 서민에게는 사치품이라는 것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찬찬히 뜯어보면 옛 그림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주영하 한국학?%1上淡П맙? 한국학대학원 교수의 ‘그림 속의 역사, 음식 속의 역사’는 조선후기 풍속화 속 음식문화에 돋보기를 댄 책이다.

서강대 사학과를 나와 풀무원 김치박물관에 근무하며 음식사에 빠져든 저자는 평소 ‘김치야말로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전통음식’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를 고집하지 않고 있다. 오늘날의 상식과 상반되는 모습들도 포착된다.

김득신의 ‘강상회음(江上會飮)’을 보면 요즘엔 생선을 주로 구이로 요리해서 먹지만 조선 후기엔 제사상에 올리는 것처럼 쪄서 먹는 방식이 보편적이고,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병(行旅風俗圖屛)’에서 알 수 있듯이 18세기에 김매기 풍경에서 두레를 통한 상부상조가 사라진 것도 의외다. 중국 청나라 화가 아극돈(1685~1756)의 ‘봉사도(奉使圖)’를 보아도 중국 사신 접대에 만한전석을 차려 바친 드라마 ‘대장금’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고 격식을 갖추되 간소했고, 18세기 그림 ‘동래부사접왜사도(東萊府使接倭使圖)’에서는 당시 부산 일대에 일본음식이 유행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조선적인 것은 없다"고까지 말한다. 조선후기 풍속화에 등장한 적이 없는 김치가 1920년대 외국인의 관심에 부응해 조?%? 전통의 음식으로 부각된 것처럼, 오늘날 우리가 ‘조선적’ ‘한국적’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후대에 편집된 것일 수 있다고 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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