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전 발해의 해상경로를 좇는 제2기 발해뗏목탐사대가 비장한 각오로 목숨을 건 재도전에 나선다. 2000년 1월 이후 매번 자금부족으로 출발이 좌절됐으나 마침내 27일 발대식을 갖고 설인 내달 9일 돛을 올린다. 옛 발해땅이었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 독도를 경유해 3월초 일본 니가타항에 도착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7년 전인 1997년 12월31일 출항한 1기 뗏목이 일본 연해에서 좌초, 젊은 탐험가 4명을 아깝게 잃은 그 뱃길에 다시 오르는 것이다.
발대식에 앞5서 서울 마포구 창전동 사무실에서 만난 방의천(46·탐험가) 대장의 얼굴은 잔뜩 상기돼 있었다. "7년을 바친 도전준비가 이제야 결실을 맺게 돼 감격스럽습니다. 당, 신라, 일본 등 주변국가들로부터 해동성국으로 불렸던 발해가 34차례나 일본과 해상교역을 한 사실이 일본서기에 기록돼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200명이 넘는 발해인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지요. 그 불굴의 도전정신을 되살리고 싶습니다."
방씨의 항해에는 동영상 중계를 할 이형재(41) PD, 장비 및 취사담당인 산악인 황기수(39)씨, 항해 및 인명구조를 담당하는 연정남(29) 심폐소생술 강사가 함께 한다. 뗏목굻? 단 돛과 노, 그리고 해류에만 의지하는 도전이다. 동력장치는 아무것도 없다. 방씨가 직접 설계한 폭 4.5c, 길이 11c의 뗏목은 강원 고성 거진항의 금강조선소에서 마무리 손질 중이다. "뗏목에 관한 꿈을 500번 이상 꾸었을 겁니다. 통영 47번, 제주도 11번, 울릉도를 9번이나 내려가 뗏목에 대해 아는 주민들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자료조사 만으로 8개월 만에 재산 7,200만원이 바닥나더군요."
충남 당진 출신인 방씨는 중학교 졸업 후 상경, 공장생활을 했고 95년까지 16년간 총포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18살때 이미 자전거를 타고 전국해안선 일주를 하기도 했다. 설악산에서 2년간 산장?5관리인을 하다 발해뗏목탐사대 참사소식을 듣고는 무작정 인생항로를 바꿨다. "발해는 우리의 역사이고 나의 역사입니다. 남의 역사 보듯 하니 중국이 동북공정을 얘기하는 겁니다. 국민들이 스스로의 역사를 믿을 때만이 역사를 지킬 수 있는 법입니다."
그는 성공을 자신한다. "공해상에서 장애물이 없는 한 뗏목은 절대로 뒤집히지 않습니다. 다만 연안에 도착해 예인선이 접근할 때 태풍이 불거나 하면 해안에 부딪쳐 사고가 나는 것이지요. 1기의 참사도 이 경우였습니다. 이 세상에 죽을 것을 두려워하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는 무사 귀환한 뒤에는 고?D구려로 눈을 돌릴 작정이다. 믿기 어렵지만 고구려가 망한 뒤 유민들이 태평양을 건넜다는 단서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또 뗏목을 타고 고구려인들의 태평양 항로를 따라갈 생각이다.
글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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