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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북한을 걱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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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북한을 걱정할 때다

입력
200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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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년 전 이맘 때였다.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합의(1994년)를 타결해 이른바 1차 북핵위기가 지나갔고, 서울엔 허탈감 같은 게 맴돌았다. 나는 다른 지인과 함께 한 재미학자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자랑스러워(I’m proud of them)." 화제가 북미교섭에 이르자 그는 이 같은 감상을 몇 차례나 되풀이 말했다. 학자는 50년대에 도미, 고학 끝에 당시로선 북한문제의 미국내 최고 권위가 된 분이다. 다부진 대미협상전략에 대한 놀라움, 미국에서의 개인적 경험, 그의 ‘북한 칭찬’에는 이런 것?%E湧? 뒤섞여 있었다.

제네바 협상에서 북측 수석대표였던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의 당당한 태도는 이런 감상을 더욱 자극했다. 그는 회담에서 미국측을 압도했고, 마이크를 들이대 영어로 질문하는 서방 기자들에게 즉석에서 우리말로 대답을 내놓곤 했다.

당시 북한 전문가들은 일종의 믿음을 갖고 있었다. 북한체제는 당분간 붕괴하지 않을 것이며, 대북 정책도 이를 전제로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5년 1월, 강석주씨는 직함의 이름만 바뀌었지 여전히 외무성 제1부상이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농축우라늄 계획(HEU)을 시인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응? 중국방문을 수행하는 등 여전히 일선에 서 있다. 달라진 것은 그가 66세로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그의 말에 전처럼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조적으로 미국의 대북라인은 면모가 달라졌다. 일본 언론들의 평가는 "대외정책 인맥의 중심이 일본에서 한반도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국무부의 동아시아 태평양지역을 담당하는 차관보로 내정된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는 일본 근무경력이 없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한국과 일본을 담당하는 아시아담당국장으로 한국인 빅터 차씨가 임명됐다. 로버트 죌릭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는 과거 국무부에서 독일통일문제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미국의 관심은 분명 한반도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에 비해 북한의 판단력은 노쇠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벼랑끝 외교’는 한치 빈틈없이 정확한 계산과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인데, 북한의 최근 정책은 실책 투성이라는 평가다. 일본인 납치 사실을 앞뒤 준비 없이 시인해버린 이른바 고백외교가 대표적 사례다. 우라늄계획을 시인한 뒤 부인하는 전술도 수가 읽히고 있다. 무엇보다 대미교섭을 미국의 취임식과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끝난 이후?%? 미룬 것은 잘못된 계산이었다.

북한의 냉철한 정책판단을 기대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커다란 변화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최대 국가이익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막고 연착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는 여야, 보혁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결과만으로 보면 북한 붕괴가 어떤 경우의 수보다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판단력이 흐려진 북한의 당국자들을 보면서 걱정이 깊어진다. 미국이 주창한 자유의 확산, 북한에 대한 인권공세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국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분노를 느낀다.

유승우 국제부장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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