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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의 방송보기]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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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의 방송보기]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입력
200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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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모델은 효과적 광고를 위한 핵심 요소이다. 광고주는 상품에 적합한 광고모델을 찾게 마련이고, 광고기획사는 어떤 모델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위 ‘연예인 X파일’이라는 문서의 제작의도를 흠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서야말로 어느 제품보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광고주들을 위해 만든 문건이라지만, 사실 호기심 많은 일반인들에게 더 매력적인 상품인 셈이다. 뭔가 이상하다.

이 문서에 담긴 정보의 ?1珦? 수준은 전문조사회사의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난삽하기 그지없다. 설령 그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술버릇이 나쁘다거나 성격이 독선적이라는 ‘정보’는 친구들의 잡담거리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정보’를 근거로 그들을 흉보고, 심지어 분개하는 걸까? 왜 당당하게 욕하고 화내는 걸까? 혹시 인기 연예인이라면 모두 훌륭한 역할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모범적 공인(公人)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

연예인들이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일에 연루되었을 때, 흔히 "공인으로서 물?0퓔?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공인을 한 두 마디로 정의하긴 쉽지 않겠으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 공공에 대한 기여와 역할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들이 스스로를 공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관습은 적절치 않다. 1990년대 초반, 인기 있는 농구선수였던 찰스 바클리가 공익광고에 출연해 "나는 당신 아이들의 역할모델이 아니다. 당신들이야말로 그들의 역할모델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당한 말이다. 운동선수나 연예인들 모두가 바른 생활 모범시민일 의무는 없다. 혹 범죄를 저질렀다면 모를까, 성격이 나쁘%A다는 이유로 남보다 몇 배 욕 먹을 이유는 없다. 고위 공무원에 준하는 공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공인이므로 사생활이 까발려져도 괜찮다거나, 단정치 못한 연예인들은 욕 먹어 싸다는 생각은 잘못된 발상이다. 틀린 논리이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 책임은 문서제작과 초기 유포에 관여한 두 회사가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 책임은 ‘연예인’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일조한 언론사들, 연예인 자신들, 그리고 ‘별걸 다 기대하는’ 우리들에게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나 관음증을 ‘공인에 대한 정당한 관심’으로 합리화하는 사람들 뒤에는 연예인쓸 사생활을 캐내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재생산하면서 이를 ‘독자/시청자의 알 권리’로 포장하는 신문사와 방송사가 있다. ‘연예인 X파일’조차도 이들에게는 또 다른 흥밋거리일 뿐이다. 상품성 있는 정보일 뿐이다. 또한, 스스로를 ‘공인’이라 부르며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마저 지레 포기한 연예인들이 있다. 상품으로 보지 말아달라며 볼멘소리를 할 게 아니라 정당한 방법으로 타당한 가치를 매겨달라고 요구하는 편이 더 낫다. 어처구니없는 사건이기는 하지만, 이 일이 ‘연예인’은 과연 누구이며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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