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그 어르신(정홍택 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젊은이들한테 휘둘려 일을 못 하신 거지요. 젊은이들이 힘을 모아 영화제를 접수(!)하려던 겁니다. 사공이 배 위에서 노를 저어야 하는데, 저어야 할 사람들이 자꾸 배를 가라 앉히려고 한다니까요. "
여기서 배는 바로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그 배를 흔드는 이로 몰린 사공은 전 프로그래머들이다. 말 많고 탈 많은 부천영화제 취재차 전화로 만난 심우섭 부조직위원장은 사태의 핵심을 ‘버릇 없는 젊은%이들의 반항’으로 파악하는 듯했다.
나이 지긋한 조직위 관계자들이 토로했던 "젊은 프로그래머들은 상영작으로 이상한 영화만 선정한다"는 불만을 기억해 내고 보니, 역시 세대갈등이 문제는 문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부천영화제가 지금 위치까지 오른 힘은 기발하고 독특한 영화를 발굴, 소개해 왔다는데 있다. 제목부터 판타스틱 영화제 아닌가.
모든 잘못을 젊은 프로그래머들에게 묻는 건 물론, 말이 안 된다. 22일만에 사퇴서를 낸 정 전 집행위원장은 첫 출근 날 "노년에 사회봉사하는 셈 치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집행위원장이라는 %자리는 ‘봉사’가 주는 한가로운 느낌과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7월 예정된 부천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이 공석인 채로 치러진다. "집행위원장이 자꾸 문제가 되서 아예 없는 채로 진행하는 게 낫겠다"는 이사회의 판단이다.
프로그래머도 모두 바뀐다. 그간 쌓아 왔던 노하우는 공중분해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조직위는 여유롭다. "우리 1회 때는 2달 만에도 준비했어요. 6개월은 충분하죠. 그 때는 프로그래머도 한 명 밖에 없었어요." 이런 반응이다.
영화 속에서 ‘세대갈등’은 단골 소재다. 어른은 결국 관용을 베풀고, 젊은 세대들은 어른들의 지혜에 탄복하는 결말이다.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지만 결국은 서로를 이해한다. 그런데 영화와 영화제는 전혀 딴판이다. 오해는 풀리지 않은 채 사건은 끝나 버렸다. 생맥주집 장발족 포크 가요 등 청년문화를 영화에 담아내던 젊은 시절이, 감독 출신인 심우섭 부조직위원장에게도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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