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31)의 목소리는 꿈 속을 헤매는 느낌을 준다. 너무 깊이 빠지지만 않으면 기분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꿈. 그러나 노래말에 귀 기울이면 그가 읊조리는 지독한 기다림과 외로움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발랄과 우울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 그게 1997년 모던록그룹 ‘더더’로 시작해 99년부터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이유일 것이다.
1년 6개월 만에 낸 5집 ‘5와 5분의5’도 마찬가지다. 전작들에 비해 씁쓸한 쪽으로 기울었어도 음색육? 여전히 달콤쌉쌀하다. "앨범 제목에 ‘5분의5’를 보탠 건 뭔가 플러스알파가 있다는 의미에요.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건 듣는 이의 몫이죠. 예전 그대로의 색깔과 변화가 반반씩 섞여 있다는 의미도 되고요. 제가 컨셉트형 가수도 아닌데 앨범마다 색깔을 바꿀 이유가 없잖아요."
하지만 그는 5집에 "방황을 끝내고 정신을 바짝 차리자고 스스로를 다잡는 다짐"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4집 앨범을 낸 뒤 박혜경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을 감행했다. 누드집을 내고 곧 일본유학을 떠났다. 서른 즈음에 으레 겪는 방황으로 설명하기는 모자란 감이 있는데, 박혜경은 "그%7때는 이렇게까지 고달프게 노래를 해야 하나, 노래를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냥 좋아서 노래를 부를 때와 달리 생각 이상으로 음악 활동에 대한 피로가 몰려들었다. "예전에는 인기 같은 것들을 많이 의식했는데, 이제는 홀가분해졌어요.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 시선 개의치 않고 지내고 나니 비로소 ‘얼마나 오래 노래를 계속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가를 깨달았죠."
5집에서 박혜경은 프로듀싱을 주도하고 표지사진을 체코의 세계적 사진작가 얀 샤우덱의 작품으로 하는 등 신경을 쓴 기색이 역력하다. "지금까지 앨범을 내고 후회한 %C적이 없다"며 만족한 표정이다.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가와구치 쿄고의 2004년 히트곡 ‘사쿠라’를 리메이크한 ‘서신’은 구슬픈 선율에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이 뚝뚝 묻어나는 노래. 박혜경의 노래치곤 침울한 분위기여서 타이틀 곡으로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아일랜드 음악에 심취한 하림이 선사한 ‘목동’은 시네이드 오코너 등의 아이리쉬팝에 비교된 그의 목소리와 잘 맞아 떨어진다. 언뜻 듣기에는 기존의 곡 경향과 비슷하나 3박자 왈츠로 파격을 준 ‘잿빛공주’도 박혜경이 꼽은 필청곡. 전반에 배치된 ‘단짝’ ‘무지개’처럼 우울과 낭만 중간에 있는 박혜경푤? 노래도 물론 있고, 러브홀릭의 강현민 이재학도 각각 ‘31’과 ‘아네모네’로 힘을 보태주었다.
"전 아름다운 것과 환상 신비 몽환에 매료됐고 동경하는 사람이에요. 슬픔 비애 같은 감정들도 아름답게 전하고 싶어요." 동화를 많이 읽기 때문인지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소녀적 감성은 변함이 없다. ‘착하게 날 보내주는 너는 참 좋은 사람이야…우리 둘 사랑은 beautiful’(‘Beautiful’)같은 식으로 순수한 사랑에 대한 설렘을 속삭인다. "뱃속의 아이들이 제 목소리를 좋아한대요.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 제 목소리가 치유해줄 수 있으면 해요."
문향란기자 iami@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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