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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들’을 봤더니…/ 평론가 4인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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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들’을 봤더니…/ 평론가 4인의 영화평

입력
200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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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가 4인의 영화평

정치ㆍ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영화 ‘그때 그사람들’(감독 임상수)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공통적인 의견은 민감한 소재를 다뤘지만, 표현 수위가 생각보다 세지 않다는 것. 대신 ‘사건을 바라보는 영화만의 시각이 없다’ ‘실제 사건을 무책임하게 다뤘다’ 등 영화의 역사의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높다. ‘블랙 코미디’의 장르적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민감한 소재를 다룬 용기나 의의에 대한 칭찬의 목소리도 높다. 이 영화%B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 평론가 김영진

"10·26을 다룬 배짱은 높이 살만하나 극을 이끌어가는 블랙 코미디라는 장치가 후반부로 가면서 표류하는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을 모두 정신 이상자로 모는 것은 발칙하면서도 용기 있는 표현이지만, 끝이 흐지부지하다. 어리석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회한도 화면에서 묻어나지 않는다. 도발적인 소재에 대해 감독의 명확한 관점이 보이지 않아 다소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평론가 전찬일

"굉장히 조심스럽게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임상수 감독 특유의 독설과 냉소도 죽어버렸다. 소재의 민감성 때문에 %수위를 조절하다 보니 ‘선정주의에 기댄 아무것도 아닌 영화’로 전락할 위기도 보인다. 많은 캐릭터를 동시에 표현하다 보니 정작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죽어 버렸다. 특히 주 과장 캐릭터는 더 깊이 들어가야 했다. 블랙코미디 특유의 ‘싸함’도 부족하다."

◆ 평론가 문일평

"영화는 시종일관 폐쇄공간을 무대로 한다. 헬기, 궁정동, 육본 등 폐쇄공간에서 대립하는 인물 간의 긴장관계가 멋지게 표현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간 궁정동이 중앙정보부의 공간이 되어 가는 과정, 김 부장이 탄 차가 육본으로 가느냐 남산으로 가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설정도 훌륭하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중 유일하게 캐릭터와 대사의 맛이 살아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 필름 2.0 편집장 이지훈

"정치적 의도가 있건 없건 간에 10·26을 다룬 이상, 약간의 책임감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역사적 사실과 유리된 채 영화가 진행되는 데다, 사회적 맥락에서 어떤 해석의 여지도 없는 터라, 영화 속에 등장한 패러디 풍자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다. 알맹이가 적은 TV 쇼처럼, 의미 없는 장난으로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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