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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326> 서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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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326> 서피어

입력
2005.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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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년 1월26일 인류학자 겸 언어학자 에드워드 서피어가 독일 라우엔부르크(지금의 폴란드 레보르크)에서 태어났다. 1939년 미국 뉴헤이븐에서 졸(卒). 부모가 리투아니아 출신 유대인이었던 서피어는 어린 시절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덕에 독일어와 이디시어(헤브라이어와 독일어·슬라브어 등이 융합된 유대인들의 혼성어),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컬럼비아대학에서 게르만어 연구로 학위를 받은 서피어는 자신처럼 프로이센 출신의 문화인류학자였던 스승 프란츠 보아스의 격려를 받으며 다양한 미국 원주민 언어를 연구했다. 서피어는 언어 연구와 문화인류학을 결합시킨 첫 세대 학자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 구조주의 언어학의 창건자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저서 ‘언어’는, 레너드 블룸필드가 같은 제목으로 쓴 책과 더불어, 미국 구조주의 언어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언어이론의 역사에서 서피어라는 이름은 그가 제자 벤저민 리 워프와 함께 수립한 이른바 서피어-워프 가설과 관련해 자주 언급된다. 서피어-워프 가설의 핵심은,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 자연언어의 문법 범주들이 그가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 안에서 행동하는 양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줄여 말하면, 언어가 세계관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서피어-워프 가설이 주장하는 ‘세계관의 언어종속성’은 "우리는 우리 모국어가 지령하는 대로 자연세계를 분단한다"는 워프의 단언에 잘 나타나 있다. 이 가설의 지지자들은 사람들이 육안으로 변별할 수 있는 무지개 빛깔의 수는 제 모국어가 구별하는 무지개 빛깔의 수만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 언어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의 주류는 이 가설을 부정한다. 언어가 기본적인 지각의 범주와 인식작용을 일정하게 반영하는 것은 명확하지만, 반대로 그것들을 규정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다수 언어이론가들의 견해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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