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 때였습니다. 평소 안면 있던 직장 동료 A로부터 개인적인 문제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흔쾌히 약속날짜를 잡았습니다. 그녀는 검진결과 과체중으로 판정 받았고, 옷 살 때도 잘 맞지 않고, 자신 하나도 관리 못하면서 직원들 관리를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으로 체중을 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163㎝에 70.8㎏ 인 40대 초반의 관리자인 A는 활동량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녀의 적정 표준체중은 57㎏이므로 당시 그녀는 비만에 가까운 과체중 상태로 진단됐습니다.
전날 식사를 살펴 보았습니다. 아침에 출근해 커피와 함께 식빵 2장에 잼을 발라 먹고, 오전에 직원들과 업무상담을 하며 커피 2잔과 과자 5쪽 정도를 먹었답니다. 그리고 점심에는 구내식당에서 밥 1공기, 사태떡찜 150g, 쑥갓나물, 샐러드를 먹었고, 간식으로 인절미 3개와 주스 1잔을, 저녁에는 집에서 밥 1공기와 김치, 고추조림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퇴근한 남편과 술 마시는 것을 즐겨서 맥주 2잔과 마른안주 1주먹 정도를 먹었다고 했습니다. 총열량 1,800㎉ 정도를 먹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간식과 술을 즐기고 있고, 균형 잡히지 않은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첫 만남에서 몇 가지 원칙과 주의점, 목표를 정해주었습니다. 표준체중이 57㎏이므로 하루에 1,400㎉정도를 먹어야 하며, 체중은 무리하게 빼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서서히 식습관을 바꾸면서 2주에 1㎏ 정도의 체중감량이 적정함을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체중을 감량한다는 것은 자신과의 약속이므로 지킬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하기에 우선은 1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식습관의 문제점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아침에 커피 대신 저지방 우유와 식빵 2쪽을 먹고, 오전에 먹던 커피는 설탕과 프림을 넣지않은 블랙커피로 바꾸고 과자는 먹지 않도록 했습니다. 점심과 저녁에 먹는 밥량은 2/3공기로 줄이고, 점심에 먹는 고기류를 저녁과 나누어 균형 있게 섭취하도록 하고, 남편과 즐기는 맥주는 1컵으로 줄이도록 권했습니다. 다음 만남인 1주일 후 1.8㎏을 감량한 69㎏을 목표체중으로 설정했고, 주중 2일과 주말 식사량을 기록하게 했습니다.
다음 번 만남이었던 1주일 후 그녀는 정확히 1.8㎏을 줄인 69㎏의 체중을 제게 보여주었고, 식사량은 주 중 2일, 주말 1일을 정확하게 기록해 왔습니다. 실제로 A는 오전에 과자를 먹지 않았고, 밥도 2/3공기로 줄였으며, 저녁식사는 균형 있게 하는 등 정말 열심히 약속을 지켰습니다. 남편과의 술자리도 맥주 1컵으로 줄였다고 자랑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68㎏을 목표로 정했고 그 다음 주에는 67㎏으로 줄이며 생활에 생기가 생겼다고 자랑했습니다. 이제 혼자서 조절할 수 있는 기간을 2주일 후로 늘렸고, 목표체중은 66㎏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회식과 남편과의 술자리를 끊지 못해 그만 체중이 68.5㎏으로 목표를 달성 하지 못했습니다. 회식이 복병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회식 때 술 마시는 요령으로 물을 옆에 따라 놓고 술과 번갈아 마시도록 했습니다. 안주는 고기류나 회보다 야채 위주로 하도록 했습니다. 회식이 있는 경우 굶거나 열량이 높은 음식을 한두 가지 빼고 식사하는 것보다 그날 먹는 음식을 평소 섭취량의 3/4 정도로 줄이도록 권고했습니다.
그 후 2주 후, 1달 후, 2달 후, 3달 후, 혼자서 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가도록 했고, 그때그때 문제가 되고 지키기 힘든 식사습관을 수정해 나간 결과 정확히 1년 후에는 58.5㎏이라는 놀라운 체중감량을 달성했답니다. 그녀는 자신이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대인관계에서도 몰라보게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일시적인 체중감소가 아닌 식사습관의 변화를 통한 지속적인 체중조절이야말로 진정한 체중 조절법입니다. 흔히 유행하는 한가지 음식에 의존한 체중조절법은 지속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영양상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식습관을 평가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고치려는 노력을 지속할 때 그 효과가 클 뿐 아니라 덤으로 생활의 활력과 기쁨도 찾을 수 있습니다.
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영양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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