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세균(원내대표)-원혜영(정책위의장) 체제 출범과 정문수 대통령 경제보좌관 임명으로 당·정·청에 실용주의 경제라인이 전진 배치됐다. 올들어 부쩍 힘이 실린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의 경제교사 역할을 하는 경제보좌관 등 경제정책 3대 핵심포스트가 모두 ‘코드’보다는 시장경험을 통해 실물감각을 갖춘 인물로 채워지면서 ‘경제 올인’ 분위기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첫째도, 둘째도 개혁’을 외쳤던 천정배 전 우리당 원내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정 원내대표 체제는 당의 무게중심이 개혁에서 민생경제 우선, 실용주의로 옮아갔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쌍용그룹 임원 출신인 정 원내대표나 풀무원식품 창업자인 원 의장은 모두 시장경험과 기업활동에 대한 이해를 갖춘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정-원’ 팀은 실용주의 노선과 철학을 여당 내에 확산시키는 동시에 개혁보다 경제살리기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할 정 신임 보좌관은 공무원쭭기업인쭭교수로 다양하게 변신한 온건 보수성향의 학자. 행시 8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과 보건사회부 과장 등 7년간 공직생활을 하다 대학시절 하숙을 같이 한 신선호씨와의 인연으로 율산그룹 창립멤버로 합류했다가 율산 몰락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통상전문 학자로 변신했다. 이후 아시아개발은행(ADB) 법률자문역을 거쳐 인하대 교수, 무역위원회 위원장,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 규제개혁위원을 역임하는 등 행정 실무경험과 통상분야 전문지식을 두루 갖췄다. 물론 영국대사로 가는 조윤제 전 보좌관 역시 합리적인 실용주의자이지만, 후임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의 개혁성향 학자들이 집중 거론됐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정 보좌관 임명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경제라인의 대표적인 개혁파인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장기과제에 치중하고 있는데다 작년 말 이 부총리와의 갈등설 이후 노출을 자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연말 한 강연에서 "경제정책의 선장은 부총리이고, 청와대 참모는 등대"라며 한발 비켜서는 모습을 보였다.
정통 관료 출신인 김영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도 이 부총리와 충돌하는 일 없이 현안을 챙기거나 부처간 조율 역할을 하고 있다.
실용주의자의 중용은 지난 연말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친 기업 발언 등이 잇따르면서 이미 예고됐던 일. 90% 이상이 경제에 할애됐던 노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역시 이 부총리의 평소 발언과 대부분이 겹쳐 향후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최근들어 이 같은 정책 기류 변화에 화답이라도 하듯 내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 4월 재·보궐선거 등 정치 일정이 줄줄이 대기하는 상황에서 경제 올인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지, 여당 내부의 의견통일마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 체제가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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