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집으로 신문이 배달된다. 요즘 누가 신문을 돈 주고 받아보느냐, 인터넷으로 보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주스를 마시며 신문을 펴 드는 것은 나름대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 같은 것이기에 굳이 신문을 배달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잘 정리된 하루의 정보를 ‘종이’로 본다는 것, 그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나를 사로잡는 듯하다.
비단 신문만이 아니다. 컴퓨터만 켜면 손쉽게 mp3 파일을 구할 수 있지만 굳이 앨범을 구입해서 듣는 이유도, 그것이야말로 정말 ‘즐긴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요즘은 책도 통째로 스캔 받아서 불법 공유를 하는데, 책은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페이지를 넘길 때 ‘제 맛’이 난다. 영화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것은 아날로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아니다. 나는 디지털 문화가 가지고 있는 일회성, 좋은 문화들이 빠르게 탐식되고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세태에 때로 염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책과 음악을 수십, 수 백번씩 탐닉하고 극장 앞에서 긴 줄을 서서 겨우 표를 구해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그만큼 생산된 문화를 소중히 여기게 만든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이기(利器)가 그 소중함들을 어느새 잊게 만든 건 아닐까?
요즘 저작권법이 이슈다. 사람들은 이제 애국가도 돈 내고 불러야 하냐며 비아냥대고 있다. 분명 개선의 여지가 많은 법이다. 그러나 이런 강경한 법까지 만들어야 할만큼 우리 문화계의 상황은 심각하다. 한 곡의 노래, 한 권의 책, 한 편의 영화를 소중하게 다루지 않고, 유행처럼 한 번 쓰고 버린다는 마음으로 즐긴다면, 어느 날부터 우리는 저열하게 생산된 싸구려 문화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좋은 책도, 좋은 음악도, 좋은 영화도, 되찾기엔 너무 늦을 것이다. 그걸 알아야 한다.
김양수 월간 PAPER 기자·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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