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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 바닥 찍었나

입력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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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내수경기에 조금씩 온기가 돌면서 ‘경기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가 저점을 찍고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백화점 판매와 신용카드 소비가 기지개를 켜고 주식과 부동산시장도 꿈틀대면서 ‘봄날’이 다가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고용이나 서비스업 등의 산업활동 지표는 여전히 어두운 데다 수출도 연초부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섣부른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시각도 많다.

◆ 실물소비 =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1월 정기세일(7∼22일) 매출이 대부분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세일기간이 설 대목과 겹쳐 매출이 좋았던 식품류를 제외할 경우, 롯데는 9.7%, 신세계와 현대는 각각 8.1%와 6%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불황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남성복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정장류 판매가 22%나 증가했으며, 롯데와 신세계도 각각 17%(점퍼, 코트류)와 7% 신장했다.

신용카드 사용액도 지난해 4·4분기에 44조8,650억원(신용판매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하며 2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다 3분기 5.1% 증가로 돌아선 뒤 2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여 소비심리 회복을 반영했다. 월별로도 작년 9월에는 카드사용액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2% 감소했으나 10월 9.2%, 11월 16.6%, 12월 9.0% 등 3개월 연속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자동차 업계에서도 바닥 탈출의 징조가 감지되고 있다. 현대·기아·GM대우·쌍용·르노삼성차 등 완성차 5개사의 2004년 내수 판매는 108만6,756대로 2003년에 비해 17%나 감소했지만 지난달(12월) 판매 실적은 11월에 비해 3.7% 증가한 9만7,528대로 4개월 연속 전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 부동산시장 =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마지막주를 기점으로 반등한 후 한달 동안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1,2단지의 재건축사업추진이 급물살을 타면서 시세가 오르자 강남권 전역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수도권 지역 또한 광명, 의왕 등의 재건축 단지의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10월초 이후 처음으로 소폭(0.01%) 반등했다.

주가와 장기금리 금융시장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우선 주식시장은 특히 코스닥 시장 중심으로 폭등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9일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이달 21일까지 단 3일 소폭 조정받은 것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370.77포인트였던 지수는 이달 21일 460.62로 24.2% 급등했다. 이 기간 거래소지수는 878.43에서 919.61로 4.7% 상승에 그쳤으나 지난해 10월 이후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9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연초 코스닥 랠리 당시 대규모 순매도를 보이며 차익 실현에 주력하던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순매수로 돌아서 상승세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지난해 썰렁했던 증권사 객장이나 투자설명회장도 투자자들로 가득 메워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타고 장기 금리가 폭등, 21일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작년 8월11일(연 4.04%) 이후 가장 높은 연 3.94%로 치솟았다.

◆ 불안요소 = 그러나 아직까지 경기회복을 단언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2,500억달러를 넘어서며 증가율 31.2%라는 사상 유례없는 실적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은 통계적 요인과 함께 수출단가 하락 등으로 연초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20일까지 1월 수출 누적액(통관기준)은 125억2,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5억1,700만달러에 비해 7.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남대희 김혁 박일근 이영태 최진주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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